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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수염 / 김경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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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湖巖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063회 작성일 18-09-11 03:32

본문

푸른수염 / 김경린

 

식빵처럼 딱딱해지는 구름을 한 겹씩 벗겨낸다

아버지와 아버지 사이에서 나는 가끔 멋있게 뭉개졌다

 

늘 새장 속에 들어가 앉아 있지만

내가 새라는 것을 아무도 믿지 않았다

새들에게 손을 내밀자 숲은 더 멀어졌다

 

끼니를 알 수 없는 밥을 먹었다

끝없이 자라나는 계단을 오르는 꿈은 반복되었다

 

깊은 밤,

벽에 기댈 때마다 벽 속에서 파도 소리가 들려왔다

폭풍은 언제쯤 도착할까

수초는 어느 방향으로 움직여야 하나

 

새장문은 열릴 것이고

아직 날개는 돋지 않았다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내가 좋았다

 

멋지게 뭉개지고 아름답게 문드러지는

그러나 잘 죽지 않는 나를

새장 주인은 팔을 휘휘 저으며 날려 보낼 것이다

 

어둠이 내일을 끌고 올 때,

이런 예감은 왜 꼭 맞아 떨어지는 걸까

 

* 김경린 : 경기도 여주 출생,

               2017년 제2회 정남진 신인 시 문학상 수상

 

< 감 상 >

아직 세상 단 맛 쓴 맛 경험하지 못한 새장 속의 나렸다

새장 속에서 주인의 먹이만 기다리는 애숭이라는 사실을 모르고

새장 밖의 희망과 절망이 혼재한 넓은 숲은 아직은 아득하다

새장 속의 환각 상태에서 끝없이 계단을 오르는 환상적 혼몽은

반복되고 깊은 밤, 새장 밖에서 파도 소리 들려오는데 그 소리의

진정성을 알지 못한다 

곧 속박인지 보호인지 알 수 없는 새장문은 열릴 것이나, 또 다른

속박과 질곡인지 새로운 희망인지 새장 밖을 나는 알지 못해 좋다

 

- 멋지게 뭉개지고 아름답게 문드러지는

- 그러나 잘 죽지 않는 나를

- 새장 주인은 팔을 휘휘 저으며 날려 보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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