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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 자화상2 / 한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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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湖巖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013회 작성일 18-09-30 03:35

본문

유리 자화상2 / 한이나

 

성에 낀 유리벽에 기대어

바깥세상을 보고 있었어

여기는 이세상의 어디쯤일까

 

나였던 그 아이

단발머리 소녀가 오래된 떡갈나무로 서 있고

산비알에 앉아 뭔가를 끄적이고 있어

맘은 늘 먼 데 하늘가 뭉게구름을 데불고 노는

 

창틀 안과 밖의 틈 사이

용케도 이겨낸 눈부신 기적, 여기 있음을

네 덕분이야 한 뿌리로 묶은

유리가 끌고 온 햇살의 따뜻한 온정

 

그건 성에 낀 유리창에 손가락으로 꾹 꾹

글자를 눌러 쓰던 일이야

속이 보이지 않는 그리움을 뼈아프게 호명하는 일이야

 

꿈쏙에서조차 한 번도 모습을 보여주지 않는, 내 삶에

지나가는 사람처럼 달랑 사진 한 장으로만 남은 사내

감히 사랑해도 되는 걸까 아, 버, 지

 

* 한이나 : 1951년 충북 청주 출생, 1989년 <시와의식>으로 등단

               시집 <유리 자화상> 외 다수

 

< 감 상 >

화자는 성에 낀 유리벽에 기대어 바깥세상을 보면서 지난날의

자신을 생각하고 있는 듯

유리벽 밖에 있는 떡갈나무가 단발머리 였던 자신으로 보이고

그 당시 마음은 늘 하늘가 뭉게구름처럼 둥둥 떠 다니는데,

그 당시와 지금 사이에서 일어난 어떤 고난(병?)을 용케 극복한

기적을 생각하며, 그것은 자기의 극진한 집념(유리가 끌고 온 햇

살의 따뜻한 온정)의 덕이라 회상한다

또 화자는 성에 낀 유리창을 손가락으로 꾹꾹 글자를 눌러 쓰면서

달랑 사진 한 장으로 남아있는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을  뼈절이게

느끼고 있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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