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익은 시 / 심재휘 > 내가 읽은 시

본문 바로가기
사이트 내 전체검색
시마을 Youtube Channel

내가 읽은 시

  • HOME
  • 문학가 산책
  • 내가 읽은 시

    (운영자 : 네오)

 

소개하고 싶은 시에 간단한 감상평이나 느낌을 함께 올리는 코너입니다 (작품명/시인)

가급적 문예지에 발표된 등단작가의 위주로 올려주시기 바랍니다(자작시는 삼가바람) 

12편 이내 올려주시고, 특정인을 홍보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하는 것을 

잘 익은 시 / 심재휘

페이지 정보

작성자 profile_image 鵲巢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263회 작성일 18-12-03 11:44

본문

.

     밭에서 돌아와 아궁이 앞에 앉은 외할머니가 무명 치마에 묻은 호미와 괭이질의 무늬를 불에 털어 넣어 한 끼 저녁을 차렸지 꺾어온 보릿대를 아궁이 불에 적당히 태워 검댕이 묻은 손으로 껍질 벗긴 보리알을 건네주셨지

 

     옛날처럼

     여름을 세웠던 입하(立夏)의 양식처럼

     불에 그을린 말들을 비벼 말껍질을 벗겨버린다면

 

     시는 어쩔라나

 

     배고픈 날

     잘 익어 푸르스름한 보리알은

     오래 씹을수록 달았었는데

 

                                                                                                         -잘 익은 시, 심재휘 詩 全文-

 

     鵲巢感想文

     입하立夏는 여름 들어선다는 이십사절기 중 하나다. 보릿고개 시절 얘기다. 지금의 사오십 대는 모두 겪은 얘기다. 물론 도시에 산 사람은 모를 수도 있겠지만, 촌에서 나고 자란 사람은 새카맣게 그을린 보리알뿐일까, 콩서리해서 화톳불 피워 손과 입술이 새카맣게 구워 먹었던 일도 심지어 닭서리도 했으니.

     서울에 사시던 고모할머니가 있었다. 촌에 내려오시어 며칠을 묵은 적 있었다. 저녁이면 두터운 손으로 늘 밀가루를 쭈물딱쭈물딱 반죽하였다. 어린아이 하나가 그 할머니 옆에 쪼그리고 앉아 유심히 바라보았다. 참 신기했다. 어느 정도 반죽이 다 됐다 싶을 때 할머니는 홍두깨로 밀고 칼로 쓸고 펄펄 끓는 물에 풀어헤쳤다. 마술 같았다. 경상도 말로 누른국수라 했다. 그 누른국수 하는 날은 정말이지 그 어느 집 잔칫날보다 더 좋았다. 세월은 벌써 40년이 훌쩍 지났다. 그때 그 고모할머니도 할머니도 이제는 내 곁에 없다. 추억 속에 늘 살아계시는 분이다.

     시인은 옛 추억을 되살리며 아궁이 불에 적당히 태웠던 보리알을 외할머니께서 벗겨 주시던 기억처럼 시가 그러했으면 한다.

     그 두텁고 검댕이 묻은 손처럼 나는 누구를 위해 무언가를 벗겨준 적 있었던가! 모르겠다. 따뜻한 글쓰기도 검댕이 묻은 손처럼 한 끼 저녁으로 닿았으면 좋겠다.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Total 722건 7 페이지
내가 읽은 시 목록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날짜
422 鵲巢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949 12-08
421 鵲巢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49 12-08
420 鵲巢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00 12-07
419 鵲巢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54 12-07
418 鵲巢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45 12-06
417 鵲巢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132 12-06
416 鵲巢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32 12-05
415 鵲巢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35 12-05
414 鵲巢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73 12-04
413 鵲巢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67 12-04
열람중 鵲巢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64 12-03
411 鵲巢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41 12-02
410 鵲巢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41 12-01
409 鵲巢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99 12-01
408 鵲巢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195 12-01
407 鵲巢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589 11-30
406 鵲巢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149 11-30
405 鵲巢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11 11-29
404 鵲巢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113 11-29
403 鵲巢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26 11-28
402 鵲巢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92 11-28
401 鵲巢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53 11-28
400 鵲巢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548 11-27
399 鵲巢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90 11-27
398 鵲巢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148 11-27
397 鵲巢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81 11-26
396 鵲巢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75 11-26
395 鵲巢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09 11-25
394 鵲巢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114 11-25
393 鵲巢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49 11-25
392 鵲巢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100 11-24
391 鵲巢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21 11-24
390 鵲巢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71 11-24
389 鵲巢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34 11-23
388 鵲巢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102 11-23
387 鵲巢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51 11-23
386 鵲巢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728 11-23
385 鵲巢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29 11-22
384 鵲巢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120 11-22
383 鵲巢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157 11-21
382 鵲巢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79 11-21
381 鵲巢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88 11-20
380 鵲巢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124 11-20
379 鵲巢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120 11-19
378 鵲巢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70 11-18
377 鵲巢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103 11-18
376 鵲巢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65 11-17
375 鵲巢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626 11-16
374 鵲巢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186 11-15
373 鵲巢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45 11-14
게시물 검색

 


  • 시와 그리움이 있는 마을
  • (07328) 서울시 영등포구 여의나루로 60 여의도우체국 사서함 645호
  • 관리자이메일 feelpoem@gmail.com
Copyright by FEELPOEM 2001.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