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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하고 싶은 시에 간단한 감상평이나 느낌을 함께 올리는 코너입니다 (작품명/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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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의(內衣) / 김경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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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鵲巢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072회 작성일 18-12-16 00:02

본문

.

     죽은 학 한 마리가

     흘러가고 있다

     베네치아의

     논물 위로

 

     누군가 몰래

     벗어놓은 내의처럼

     속도 없이

     흘러가고 있다

 

                                                                                                         -내의(內衣), 김경주 詩 全文-

 

 

     鵲巢感想文

     한때 詩人 김경주는 미래파의 주축이라 할 수 있었던 詩人이었다. 나는 미래파가 뭔지 모른다. 詩人 권 씨의 말이었으니까! 미래는 무엇이고 과거는 무엇인가? 오직 글만 읽고 쓰는 현재만 있을 뿐이다. 그러나 詩人은 한국을 대표할 수 있을 만큼 실력자다. 대단한 글쟁이만은 분명하다. 그의 는 유머러스하고 즐겁다. 시에 비해 그는 심오하다. 실지 만나보지는 않았다. 그의 책에 실려 있는 사진만으로 본 느낌이다. 필자 또한 책 표지에 실은 것은 이상야릇한 표정으로 올려놓기도 하다마는 가끔 거울을 보면서 실소를 머금는다. 재미였다.

     위 는 시인이 쓴 것 중 가장 짧은 것에 해당한다. 물론 더 짧은 것도 있을지도 모르겠다. 참 재밌게 쓴 시다. 길다고 좋은 시는 아니듯이 말이다.

     시의 구성은 총 두 단락으로 이루었다. 첫 번째 단락을 보면 죽은 학 한 마리가 흘러가고 있다. 그러니까 이 학은 詩人이 죽인 것이 된다. 시의 인식과 존재의 확인 더나가 실물을 가차 없이 처단한 것에 대한 비유다. 베네치아의 논물 위로 흘러간다. 베네치아란 말에 꽤 이국적 향이 묻어난다. 마치 우리가 가보지 못한 어떤 이상향을 그려놓듯 한다. 그곳에 논물이다. 어제는 시인 최 선생의 시 을 감상했지만, 이 논과 의미가 다르다. 한바탕 놀았던 물이다. 한때 논 장마당이다. 실지 필자가 쓰고 있는 이 감상문 또한 장마당이다. 시의 해체와 전시 더나가 무슨 용맹 담도 아닌 것으로 버젓이 내 건 갈고리다.

     두 번째, 누군가 몰래 벗어놓은 내의처럼, 누군가 벗어놓은 것은 하나의 능청이다. 직접 그 의 실체를 벗긴 것은 작가 자신 인 시인 김 씨다. 내의 즉 속을 다 파헤친 것이다. 속도 없이 흘러가고 있다. 속도는 속도速度로 읽을 수 있는 문제지만 속은 의 안쪽을 말한다. 內衣. 그러나 흘러가고 있는 것에 착안하면 속도도 맞다. 이래저래 맞는 말이다. 詩人은 어떤 시체를 본 것이다. 그렇게 떠나보내고 바라본 것은 詩人이었다.

 

 

     鵲巢

     아메리카노 한 잔 마셨다 닫은 뚜껑에 벗을 수 없는 고뇌를 보았다 뜨거운 입술이 모두 그 뚜껑 아래서 이슬처럼 맺혀 있었다 목젖이 하얀 아낙만이 짧은 내 손길을 잡아 주었다 1971년 음력 129일생 삶은 고사리를 헐쳐 늘던 그 아낙, 성두 엄마가 발로 밟았던 작두의 기억, 볏짚만으로 끓였던 소죽 냄새, 친구 승만이 동생 효만이가 저수지에 빠져 죽던 날 이 좁은 동네에도 하얗게 서 있었던 구급대원들, 아직도 기억난다며 함께 누웠던 자취방은 담요 한 장뿐이었고 아껴 쓰자며 중립을 놓고 가만히 누운 사다리까지 마구 뽑았던 그 일이며 점점 짧은 치마에 바닥까지 닿은 숙성된 커피, 뚜껑을 열어보지 않아도 한 모금 길게 당겼던 고정관념에 여태껏 녹은 숟가락은 하나도 없다는 것 이 얼빠진 장애아를 끌고 독방에다가 후려치는 것은 현실과 내통하며 악수하는 일 그래도 시장통 꽝 막힌 골목을 억지로 빙빙 돌다가 돼지국밥 한 그릇 하던 날 성근낭근 쓸고 있는 뭉툭한 손 그 아낙, 정말 따뜻했다 바깥에는 눈이 내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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