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안에 발자국들이 살고있다 / 고석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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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안에 발자국들이 살고있다 / 고석종
하이힐이 명치끝을 찌른다
걸음을 옮길 때
서눌한 달빛이 뒤통수에 박힌다
균열의 벽을 닦아내며
아픔이 다종류처럼 아득히 흩어진다
아는 척 할 수 없다
꺼내버리고 싶지만 그럴 수도 없다
묵시록 같은 눈길로
가슴속에 화인을 찍는다
근육이 풀리고 눈동자가 흐려지면
내 안에서 기승을 부린다
불끈 쥔 주먹에 바스라지면서도
생소한 음률로 달팽이관에 암각 된다
발자국들이 쏜 화살촉 소리일 것이다
내 발자국도
누군가의 가슴 안에 살고 있을까
발을 빼내려는데
탐욕의 어금니가 일어선다
머리맡에서 악취가 진동한다
* 고석종 : 1955년 전남 완도 출생, 2003년 <시를 사랑하는 사람들>로
등단, 시집 <말단 형사와 낡은 폐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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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을 흔들며 조여 오는 것은 무엇일까?
누군가 나도 모르게 나를 품고 있을까?
통박 관념들이 날아와 숫눈 위 발자국처럼 박힌다
삶은 지울 수 없는 흔적 남기며 혼자 가는 일
파과(破瓜)처럼 되돌릴 수 없어 눈부처로 남는 일
정통철학은 원래 오징어 땅콩 번데기 속에서 나오는 법
검은 장미처럼 아름답던 후회들
별빛으로 떠돌다 스러지는 아스라한 밤
부전나비 한 마리 날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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