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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총은 자연을 파괴하지 않고 완성한다 / 조연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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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崇烏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684회 작성일 22-07-03 11:27

본문

은총은 자연을 파괴하지 않고 완성한다 / 조연호

 


    신들이 먹다 남긴 들소의 뼈는 길상(吉祥)모양을 간직하고 있었다. ‘하늘+먹지 않는+먹는의 단어도 있었지만 이곳에서는 발현될 수도 실현될 수도 없는 말이었다. 하나인 존재에게로 가는 많은 것을 하나의 육신으로 그렇게 한 사람과 하나의 존재에게로 가는 것을 많은 육신으로 그렇게 한 사람에 대한 의인화의 포기 없이는 문장의 무엇도 위대해질 수 없었다. 태초에서 왔다는 증거보다 태초에게로 가고 있다는 증거가 더 명백해지기 위해 쓰기는 존칭어의 거리 안에 그렇게 있어야 했다. 자음이 불가사의를 잃을 때 언어의 진짜 슬픔이 찾아온다는 믿음까지는 잡화의 느낌으로 겨우 걸었다. 연금술사는 죄를 달궈 기껏해야 완전히 타락할 수 없는 돌을 만들었을 뿐이다. 탄생 반지와 장례 반지 끼우기를 반복하는 작가에 대해 얘기를 나누고, 그보다는 손가락이 헐겁고 싶다고, 강림절 전날, 신월(新月)에 빌었다.

 

    막나가는感想文

    나르시시즘적인 색채가 영 없지는 않다. 신들이 먹다 남긴 들소의 뼈라든가, 문장의 무엇도 위대해질 수 없다라든가 태초에게로 가고 있다는 증거 자음의 불가사의를 잃을 때 그리고 타락할 수 없는 돌을 만들었다는 표현에서 그렇게 읽었다.

    들소의 뼈는 길상의 모양을 간직하고 있었다. 늙은 스승은 벽 뒤에 그려놓은 그림을 바라보며 저걸 어떻게 그렸을까 하며 되뇌었다. 말하자면, 붉게 튀어 오른 뿔과 곡선을 타며 넘어가는 저 등줄기 그리고 마치 하늘이라도 찌를 것 같은 꼬리는 어떻게 감아 돌렸을까, 뿔을 쥔 자는 넋을 잃고 바라보기만 했다. 그는 들소를 잡아본 적도 없고 잡으려고 엄두를 내 본 적도 없는 돌아이였다. 오르지 냇물에 발을 씻고 동이에 담은 물을 쪽 째진 눈쪽때기에 가져다주는 일만 했다. 하루는 눈쪽대기가 이웃의 호박 이퍼리께 건넨 풍경을 읽고 땅의 숨결을 잃은 적 있었다. 그 일로 깃털 단 혈족에게 화살 세례를 받은 적 있었다. 어느 간밤에 일어났던 일이기에 눈쪽대기는 몹시 몸살을 앓은 적 있었다. 뿔을 쥔 자는 아무런 일도 없는 것처럼 동굴 안으로 들어가 들판을 나갈 채비를 했다. 뼈다귀 몇 개와 말라 비튼 살을 가죽 주머니에 담았다. 그는 하얀 갈대숲을 지나 저 동이 트는 동녘의 땅으로 발걸음 놓을 것이다. 오늘도 찬란한 영력의 아침을 맞을 것이다. 벽에 붙은 들소를 꿈꾸며 밤새 간 슴베를 이고 말이다.

    3억 오천 년 흐른 뒤,

    오늘 아침 어머니께 전화를 했다. 야야 누렁지가 다 떨어졌다. 언제 보고 전에처럼 생기걸랑 좀 가져오너라. 오늘 밥 한 끼 하자고 지언이가 전화 왔더라, 내 돈 없으니까 너들끼리 다녀오라 했더마 누가 엄마보고 계산 하라카더나, 그냥 길 나서마 될낀데 그리 자식들 마음을 못 알아주노. 그냥 갔다오지 그랬어.

    1시간 뒤, 한신이 다녀갔다. 어디가 바닥인지 모르겠다. 어떻게 하면 좋겠니. 그냥 기다려보세요. 사실 한신은 하늘 한 번 보았네요. 하지만 그물망에 걸려 있는 것도 보입니다. 조금만 참으면 좋은 날 있겠지요. . 보성은 자리에 일어나 우유 한 잔 마셨다. 후덥지근한 여름이었다.

    다시 3억 오천 년 전, 사람은 모두 말을 할 줄은 안다. 하지만 저 벽 뒤에 그려놓은 들소의 그림처럼 표현하지 못한 게 큰 화를 부른 것이다. 아무리 좋은 말이라도 사각지대가 생기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모두 풍요의 고장, 낙원을 원하지만 이것은 그냥 이루어진 일이 아니라는 것도 잘 안다. 시간과 어느 정도의 경험을 가져야 한 것도 잘 안다. 창을 던질 수 있는 거리와 힘 조절 그리고 타이밍을 말이다. 그런 경험을 가졌더라도 저 우람한 들소 떼가 내달리는 들판에서 생존을 건 치열한 전투 속에서 살아남아야 한다는 사실을 말이다. 머리를 써야 하며 그물망을 짤 수 있어야 한다. 우리는 해오름 부족이기 때문에 누구보다 저 많은 소를 가질 수 있음을 말이다.

    뿔을 쥔자는 동이에 물 한 잔 놓고 신월에게 빌었다. 얼굴에 숯검댕이로 눈썹을 그리며 가죽재킷을 걸쳤다. 창과 슴베를 챙겨 오늘도 길을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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