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부의 적 =박지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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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의 적
=박지웅
나 오래전 희망에 등 돌렸네 희망은 내 등에 비수를 꽂았네 그러나 그에겐 아무런 잘못이 없네 누구도 거들떠보지 않는 비극을 처음부터 끝까지 그만이 지켜봐주었네 언젠가 내가 천천히 무대 끝에 섰을 때 그가 내밀던 따뜻한 거짓말이 없었다면 내 삶은 일찌감치 독백과 함께 퇴장했으리 모든 결심의 든든한 우방이자 배후였네 그러면서 무대 뒤로는 슬픔을 불러들였네 어렴풋이 희망이 적이 되리란 걸 알았으나 어쩌겠나, 그 앞에서 개처럼 꼬리 치던 계획들 나 희망과 너무 가까웠네 죽일 수도 없었네, 희망은 그냥 사라지는 것 시체가 아니라 실체가 없었네 어리석고 친절했던 내 삶을 미워하지 않으리 그에겐 아무런 잘못이 없네 희망은 손뼉을 받으며 희망으로 돌아가네 나는 나에게서 사라지네
얼띤感想文
나 오늘은 종일 절망을 비워두었네 절망은 운전대 잡고 이곳저곳 끌려 다녔네 절망은 무엇이 그리 급한지 급제동을 밟기도 하고 속력을 낼 때는 가속기를 더욱 밟았네 구불구불 밟아 오른 곳 운문에서 두부전골 폭폭 끓여 먹었네 여기에 술 한 잔치며 얼큰한 식사처럼 침이 튀었네 마당은 자갈밭에 통나무 그대로 얹힌 식탁에서 둥근 등 아래 판잣집을 보면서 한 술씩 쳤네 절망이 있었더라면 어제의 일은 온데간데없을 것이네 절망은 나의 든든한 파트너이자 꼬리의 밑거름이네 절망의 뒤태를 보며 절망의 노고를 닦았네 부들부들 뜨는 절망의 다리 간간히 닿는 이름에 풍성한 밑동의 말단, 딸보다 좋은 엄마는 없다며 꿈길 젖었네 구름의 잠으로 잠시 몰려 앉았다가 퍼뜩 깨는가 하면 동족의 부락에 하얗게 놓은 얼굴 구름의 수경은 벗길 수 없는 물안경이라며 공짜 너무 바라는 것 아니냐며 절망은 비워내고 있었네 저녁은 소고기 좀 구워야겠어 검은 봉지를 들고 검은 봉지를 비운, 절망은 운전대 잡고 종일 비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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