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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의 찬미 =백은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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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崇烏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527회 작성일 24-07-25 06:35

본문

생의 찬미

=백은선

 

 

    새가 난간에 앉아 울고 있었다. 괜찮냐고 묻는 친구에게 말했다. 나는 우주로 사라지고 싶어. 사라지지 마, 사라지지 마, 창밖으로 우수수 떨어지는 낙엽. 어떻게 해야 어둠을 지고 나아갈 수 있을까.

 

    난간에 걸려 흔들리는 차가운 숨. 펄럭이는 심장. 태어나지 않았더라면 좋았을 텐데. 심장이 하는 말. 들려? 들을 수 있어? 어둠 속에 누워 오래도록 주파수를 돌리던 새벽이 문득 떠올랐다. 이제 그런 시대는 다 지나갔다.

 

    나의 섬은 이제 깊은 구덩이 속에 누워 쏟아지는 눈을 바라보고 있다. 이렇게 나를 버릴 거야? 내게 묻는다. 더 이상 무엇도 아끼고 싶지 않아. 뼈처럼 울고 뼈처럼 살자.

 

    어두운 동굴 속을 기어가다 죽은 사람의 이야기를 유튜브에서 보았다. 유해도 수습할 수 없었다고 한다. 기어갈수록 점점 비좁아지는 구멍 속으로 미끄러지며 그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

 

 

   문학동네시인선 195 백은선 시집 상자를 열지 않는 사람 066p

 

   얼띤感想文

    시의 발견 아니 인식에서 오는 어떤 책임감 같은 게 느껴진다. 시의 1연에서 말이다. 어둠은 시 객체다. 어떻게 해야 어둠을 지고 나아갈 수 있을까, 마치 어떤 책임감이라도 지고 있듯이 서술한다. 그러니까 난간에 앉아 울고 있었던 건 아닐는지, 우주로 사라지고 싶다는 말은 말하자면 자살이겠지. 아니 사장死藏되는 건가, 사라지지 마! 사라지지 마! 물론 독백이다. 나와 가장 친한 친구는 그 누구도 없음을 나 자신밖에는 믿을 사람은 아무도 없다는 것을 상기하자.

    시 2연을 본다. 난간에 걸려 흔들리는 차가운 숨. 펄럭이는 심장은 시 인식 과정을 설명하는 것이며 시 주체가 갖는 심적 변화일 것이다. 차가운 숨 굳은 고체성이 강시처럼 일어나고 있는 상황을 묘사한다. 어둠 속에 누웠다는 말은 시 객체의 마음에 들어가 있음을 말하는 것이며 주파수는 시 주체와 시 객체 사이에 주고받는 내통임을 그러니까 여기서 새벽은 시 객체의 또 다른 표현이겠다. 새벽이 아니라 새로운 벽 하나를 갖게 된 셈이다.

    시 3, 나의 섬은 이제 깊은 구덩이 속에 누워 쏟아지는 눈을 바라보고 있다. 섬 나와 또 다른 나와의 연결 매개체다. 구덩이는 어둠과 성질이 같으며 시 객체를 상징한다. 뼈처럼 울고 뼈처럼 살자. 이별의 과정을 묘사한다. 인식과 뒤처리다. 마치 동물적인 사랑으로 급한 어떤 생리작용이 끝난 상황임을 묘사한다. 더는 아끼고 싶지 않다. 사정은 일괄적으로 다하고 마 죽자 뭐 그런 얘기다.

    끝내 죽음의 상황을 묘사한다. 어두운 동굴 속 기어가다 죽은 사람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그러니까 시적 주체의 죽음을 다른 것으로 빙 둘러 상황을 묘사하는 것과 같다. 유해도 수습할 수 없었다는 얘기, 그러니까 시의 유전 아니 시의 진화 아니 시의 발전이라고 해야 하나, 아니면 시의 도둑 아 적당한 게 떠오르지 않는다. 하여튼 시 객체는 카프카의 변신처럼 뭔가 와전되어 나갔을 것이고 그냥 숨구멍 하나 있으면 숨고 싶은 심정이랄까 아니, 시의 버려진 상황으로 잊혀가는 한 시대의 잔존처리 그러나 생의 일대기를 누렸지 않은가! 그러므로 시제가 생의 찬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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