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에 든 손, 깨어나는 손* =육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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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에 든 손, 깨어나는 손*
=육호수
산책길에서 가져온
언 꽃을 녹인다
녹이면 되살아날 것 같았지만
겨울꽃은 얼기 전부터
바싹 말라 있었던 것 같다
자다 깬 모습으로
부스스 잠든 꽃의 표정을 본다
언 귀를 녹이던
언 손이 녹는다
*라이너 마리아 릴케 [로댕론]
문학동네시인선 188 육호수 시집 영원 금지 소년 금지 천사 금지 016p
얼띤感想文
벌써 가을이 온 것만 같다. 아니다. 이제 여름인데, 하고는 싶지만, 아침 일 나가는 애인은 어머 하늘이 가을 하늘 같아, 그러나 나는 문을 걸어 잠그고 하루 일을 또 밟기 시작했다. 그러고 보면 세상은 돌고 돈다. 오직 지구에서만 있는 일, 생명은 끝없이 잇고 있으며 오늘도 저 강변에는 강아지풀이 나풀거리듯 바람에 흐느적거리니깐, 살아 있어도 산 것 같지 않은 세상에서 자연은 뭘 보고 있을까? 한 사람이 저기 걸어간다며 수군거리지 않을까! 영천에 와 가 있잖아. 으음, 글쎄 집을 또 지었데, 생산과 소비 생산과 소비 생산과 소비를 잇는 끝없이 흐르는 어둠만 묻는다. 어쩌면 가장 윤리적이지 못한 꽃이 가장 윤리적일 거라는 소비행태에 가장 더러운 꽃을 따면서 가장 신선한 꽃을 생산한 시장을 우리는 그리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언 귀를 녹이던 언 손이 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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