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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하고 싶은 시에 간단한 감상평이나 느낌을 함께 올리는 코너입니다 (작품명/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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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전(轉轉) =장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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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崇烏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527회 작성일 24-09-14 21:17

본문

전전(轉轉)

=장이지

 

 

    약간의 실업보조금을 위해 여자들과 노인들 사이에 섞여 교육을 받는다. 바깥공기는 깨지기 쉬운 푸른빛, 털모자를 귀까지 덮어쓰고 거리에 나서면 자꾸 길을 잃는다.

 

    “프리터로만 전전했군요. 더 안정적인 일자리는?”

    -무리.

 

    늙은 아버지의 주먹이 아들의 등 위로 쏟아지고, 어머니가 그것을 말리는 상투적으로 슬픈 장면을 떠올린다. 발길은 아무래도 공원, 지장보살처럼 비둘기들 앞에 앉아보아도........

 

    “가족들을 위해 더 힘을 내줄 수 있지 않을까요?”

    -무리.

 

    나의 무료함은 나의 친구, 나의 낡은 코트. 겨울은 해가 짧고 귀로는 길다. 집으로는 가지 않는다. 미아(迷兒)도 아니면서 얼빠진 얼굴을 해본다. 쌀 미()자처럼 얼굴을 찡그려본다. 역시 문제는 쌀인가. 입술을 물어뜯고 닿는 길목마다 입김을 뿌려놓는다. 감청(紺靑)의 하늘 밑에서 나는 어쩐지 유민(流民)처럼 목이 길어지고 밭은기침을 해대게 된다. 거짓말......

 

    -저기.......한다면 제가 어떤 일을 할 수 있을까요? 세계 유수의 도시에는 아직도 공장이 세워지고 있다는데.

 

    집에 가기 싫은 것은 아니지만, 집에 가지는 않는다. 털모자를 귀까지 덮어쓰고 거리에 나서면 자꾸 귀여워지고 길을 잃는다. 이 구역의 미아는 나뿐이라는 듯이. 정규직 미아라도 된 것처럼. 얼굴이 쌀같이 생긴 아들이라도 어버이는 언제까지나 기다리고 계실 것인데......

 

 

   문학동네시인선 106 장이지 시집 레몬옐로 032-033p

 

 

   얼띤 드립 한 잔

    시의 정황은 젊은 실업자의 구직을 통한 여러 관계를 설명한다. 그러나 시의 여러 특성을 살려 시적인 형태미를 갖췄다. 시인의 마음과 젊은 구직자의 마음이 일치한다. 그러니까 탁 막힌 마음과 여러모로 뛰어다니며 일자리를 찾아보지만, 마뜩잖은 세계다. 그러므로 약간의 실업 보조금을 위해 여자들과 노인들 사이에 섞여 교육을 받는다. 약간의 실업 보조금에서 약간의 인세가 떠오르고 여자와 노인은 자로 한쪽은 시 주체를 지향하며 다른 한쪽은 시 객체를 상징한다. 바깥공기는 깨지기 쉬운 푸른빛이고 털모자를 귀까지 덮어쓰고 거리에 나서면 자꾸 길을 잃는다. 푸른 빛에서 살아 있음을 느끼고 털모자에서 아직 벗겨야 할 것들이 많음을 본다. 프리터로만 전전했군요. 프리터로, 고정직장을 갖지 않고 떠도는 일자리를 말한다. 물론 시도 그렇겠다는 생각이다. 더 안정적인 일자리는 여기에 답변은 무리. 일을 구하는 것도 무리며 시에 대한 가치 또한 무리 아무런 이치가 없다. 늙은 아버지는 지금 나를 보고 있는 며 어머니는 나를 읽고 이해하는 . 자와 자의 내왕과 교전, 인터넷, 우왕좌왕, 정조가 즐겨 썼든 뒤죽박죽 같은 게 떠오른다. 그러므로 발길은 아무래도 공원이고 이 공원을 지칭하는 것은 시집이다. 지장보살처럼 비둘기들 앞에 앉아 보아도, 지장보살이라는 말 참 재밌다. 종이 지자와 마당 장이 아니든가! 그 보살, 비둘기는 구. 로 연결하는 동음이의어. 아무리 앉아 보아도 일자리 구하는 것 어렵고 시 한 편 만드는 것 또한 어렵다. 가족들을 위해 더 힘을 내줄 수 있지 않을까요? 여기서 말한 가족은 구직자의 가족도 맞지만, 시 동인을 위해 좀 더 노력해 달라는 암묵적인 지침이다. 그러나 무리다. 아무런 가치가 없고 이치 또한 없는 일이다. 나의 무료함은 나의 친구, 나의 낡은 코트, 겨울은 해가 짧고 귀로는 길다. 시의 특성을 묘사한 장면이다. 친구는 역시 시며 낡은 코트처럼 피에 덧씌운 일을 즐기며 그러나 해는 순식간이며 집에 들어가는 길은 길기만 하다. 집에 가지 않는다. 서로가 미아다. 그냥 떠돈다. 쌀 미자처럼 얼굴 찡그린다. 왜 쌀 미자일까? 쌀은 구체다. 필수며 목숨을 부지하는 생명력의 근간이다. 자는 나무 목에 여덟 팔자의 합성어다. 시 객체를 상징한다. 어디로 튈지 모른다. 역시 문제는 쌀이다. 나는 어쩐지 유민流民처럼 목이 길어지고 밭은기침을 해대게 된다. 거짓말, 입만 열었다 하면 얘는 모두 거짓말이야, 어쩌면 시는 허황하고 상상을 조작하는 행위일지도 모른다. 그러므로 시인의 삶은 그렇게 깨끗지 못한 것에 한 표 찍고 싶지만, 가장 존대 받는 인물인 것도 맞다. 저기요, 제가 어떤 일을 할 수 있을까요? 거저 아무렇지 않게 앉아 있는 일이다. 그러나 세계 유수의 도시에는 공장이 세워지고 있다. 지금도 어디선가 시는 생산되고 있다는 사실, 집에 가기 싫은 것은 아니지만 집에 가지 않는다. 아니 집에 못 들어가고 있는 것이 정확하다. 털모자와 미아와 그것들이 쌀 미자처럼 중구난방으로 퍼져 있으므로 그러는 어버이는 거저 늙어가기만 할 것이다. 얘야 이제 시집 나올 때도 됐지 싶은데, 아버지 시집은 안 낼 거예요. 그냥 마음 수양으로만 즐기고 말 겁니다.

    그렇다, 세상은 내 하나 더 보탠다고 해서 깨끗해지기는커녕 더욱 혼탁하고 말 것이다. 거저 내 마음의 수양이다. 수양만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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