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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 물이잖아 =유수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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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崇烏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2,602회 작성일 24-11-24 21:16

본문

형 물이잖아

=유수연

 

 

    사주를 봐준다는 말이 좋다 내 미래를 예비해주는 것 같다 내 미래를 걱정해주는 말씨도 좋다

 

    태어난 날 미래가 정해진다는 건 미신 같지만 설명이 가능하지 않아도 느껴지는 이해를 진심이라고 부른다

 

    나는 금이니 자기랑 잘 맞을 거라던 너는 이제 없지만

 

    네가 내 생일을 알아내기 위해 사주를 봐주겠다고 한 걸 나중에 알았을 때 내가 태어난 게 처음으로 좋았다

 

 

   문학동네시인선 224 유수연 시집 사랑하고 선량하게 잦아드네 016p

 

   얼띤 드립 한 잔

    시제 형 물이잖아얼핏 읽으면 시의 설의법設疑法처럼 읽힌다. 물론 그렇게 쓴 것도 맞지만, 형은 어떤 유형類型의 일종으로 물은 수가 아니라 물로 존재의 사유를 느낄 수 있는 일체와 같다. 그러니까 저런 종류도 있었고 이런 것도 있었다. 사주를 봐준다는 말이 좋다. 사주는 인생의 길흉화복吉凶禍福을 따지는 일이겠지만, 글을 제유한 모래사장도 사주沙州. 젊음을 유지할 때는 사주라는 것은 모르고 산다. 늙음이 찾아올 땐 내 힘으로 되는 일도 잘 없어 사주 보는 이도 많겠다. 노인은 사주가 따로 없다. 그날 아침 날씨에 따라 제 운이 다한 것을 아니까, 앞날을 미리 알 순 없지만, 준비하는 과정만 있을 뿐이다. 어찌 보면 고독하고 외로운 삶이다. 태어난 날 미래가 정해진다는 건 미신 같지만 설명할 수 있지 않아도 느껴지는 이해를 진심이라고 부른다. 그러므로 사람은 죽기 전까지 인정받고 싶고, 인식되었으면 하지만 앙상한 나뭇가지일 뿐이다. 나는 금이니 자기랑 잘 맞을 거라던 너는 이제 없다. 사실, 애초에 너는 없었다. 금쪽같은 내 마음만 있었을 뿐 이제막 깨달은 진리를 그간 금기시禁忌視하고 비단같은 살결 우에 한때 문신이었음을 말이다. 그러나 그것도 한때 지나간 물이었지만, 네가 내 생일을 알아내기 위해 사주를 봐주겠다고 한 걸 나중에 알았을 때 내가 태어난 게 처음으로 좋았다. 그래도 알아봐 주겠다고 들여다볼 때 그 마음은 있었으니 잠깐 삶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라 그것으로 만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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