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이라는 도서관/ 송경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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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이라는 도서관 - 송경동
다소곳한 문장 하나 되어
천천히 걸어나오는 저물녘 도서관
함부로 말하지 않는 게 말하는 거구나
서가에 꽂힌 책들처럼 얌전히 닫힌 입
애써 밑줄도 쳐보지만
대출 받은 책처럼 정해진 기한까지
성실히 읽고 깨끗이 반납한 뒤
조용히 돌아서는 일이 삶과 다름없음을
나만 외로웠던 건 아니었다는 위안
혼자 걸어 들어갔었는데
나올 땐 왠지 혼자인 것 같지 않은
도서관
(시감상)
산도를 벗어난 우리들은 방정식을 풀듯 죽음이라는 미지수를 향해 물처럼 떠내려간다. 급류를 타고 전복되지 않기 위해 오늘도 무한 발버둥을 친다. 날 선 바윗돌을 피해 노를 젓지만 계류에 붙잡힌 흘수선, 물살은 때때로 우리의 의지와 상관없이 갇힌 고물을 모르는 척 살며시 밀어낸다. 탈출한 배가 하류를 향해 나아가다 암초에 등골이 시퍼렇게 젖다가 우리는 어느덧 삼각주 모래밭에 도착한다. 오디세우스의 노래처럼 하얀 모래바람이 옷섶을 파고드는 오후다. 읽다만 책장을 다시 펼친다.
(시인프로필)
1967년 전남 벌교에서 태어났다. 2001년 '내일을 여는 작가'와 '실천문학'을 통해 작품 활동을 시작했고, 시집 '꿀잠', '사소한 물음들에 답함'이 있다. 제12회 천상병 시문학상, 제6회 김진균 상, 제29회 신동엽 창작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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