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녀는 치솟고 =배세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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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녀는 치솟고
=배세복
수리조합장 집은 방죽 아래 있었고
하늘로 치솟는 추녀를 가졌다
해는 언제부터 저기서 빛났나
다른 이들은 근처 논밭에서 일했다
길을 걸을수록 뜨거워지는 정수리
방아깨비는 끊임없이 방아질했다
글쎄 요즘에도 머슴이 있다네요
갑은 천천히 머슴 머슴 중얼거려 봤다
꼭 일소가 밭을 갈다가
멈추며 우는 소리 같았다
해는 타올라 저수지 윤슬을 바라보면
타버릴 것처럼 뜨거워지는 눈알
그는 이 길로 자전거를 타고 다녔다
안장은 꺼지고 체인은 늘어났다
저쪽은 물귀신이 있다는 곳이다
귀신은 왜 사람들을 데려갈까
누구는 데려오고 누구는 데려가고
정말 매미를 잡아 날개를 떼도
소리를 낼 수 있을까
왜 산 것들은 죽기 전까지 우는 것일까
갑은 손그늘을 만들어 봤다
여전히 땀은 솟아났다
달걀꽃도 지쳤는지 풀어진 노른자
걸음을 멈추고 치솟는 추녀 쪽을 향해
동그랗게 손나팔을 모았다
아버지, 병이 태어났어요
게타리를 한껏 추켜올리던 을이
갑을 따라 소리쳤다
손톱 끝이 까만 땟국물로 가득했다
계간 《상상인》 2024 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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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세복 충남 홍성 출생. 2014년 〈광주일보〉 신춘문예 당선. 시집 『몬드리안의 담요』 『목화밭 목화밭』 『두고 온 아이』. 문학동인 〈Volume〉 회원. 고등학교 국어교사 재직 중.
흰 가운을 걸치고=鵲巢感想文
이 시를 읽는 느낌은 우선 풍자적이면서도 해학적이다. 시 전체적으로 해석하기보다는 시어 중심으로 이 시를 음미해 본다. 수리조합장이란 시어는 지금은 잘 쓰지 않는 단어인 거 같지만, 하여튼 물을 관리하든 그 무엇이든 조합장은 으뜸을 얘기하므로 어떤 견고하고 완고한 시측 대변을 상징한다. 하늘로 치솟는 추녀를 가졌다는 문장에서 그 권세를 읽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추녀에서 쫓을 추追와 옮을 추推 가을秋이나 뺄 추抽에 자(女)를 생각해 본다. 물론 추녀醜女는 얼굴이 못생긴 여자도 있고 서까래의 한 부분인 처마도 있지만 말이다. 하여튼 추녀에서 어떤 무게감과 장중함까지 느껴 볼 수 있다. 다른 이들은 근처 논밭에서 일했다. 지금 시를 읽고 있으니까, 시 경작은 논밭이다. 길을 걸을수록 그러니까 읽을수록 뜨거워지는 정수리, 시의 그 꼭대기에 앉은 방아깨비만 있다. 방아깨비란 말도 곱씹어보면 참 재밌는 시어다. 방과 아와 들깨 참깨 어깨에서 아닐 비로 조금도 못 벗어난 자아만 있듯이 하지만 방아깨비는 메뚜깃과의 곤충이다. 글쎄 요즘에도 머슴이 있다네요. 뭐 섬이 있다고? 어의 고장 바다와 바다에 떠 있는 뭍 같은 시, 갑은 씨의 껍질로 거북의 등딱지처럼 딱딱한 성질을 갖는다. 물비늘인 윤슬과 앞뒤 구체를 단 자전거에 몸 싣는 그가 있다. 안장에서 자의 죽음을 체인에서 몸속 깊이 인정한 자가 있고 혁신에 몰두한 물귀신에 자의 움직임을 본다. 데려오고 데려가고 한다. 매미는 몸 파는 술집 여자라는 뜻도 있지만 곤충의 동물적 감각까지 짚어본다. 달걀꽃은 국화과 개망초 꽃으로 노랗다. 그 꽃이 식물계라면 풀어진 노른자는 어느 정도 풀어헤친 민어의 속이겠다. 동그랗게 구체를 형성하고 손나팔에서 금속성과 더불어 뻗어간 소리를 생각한다. 아버지, 병이 태어났어요. 정말 병적인 시 감상에서 병은 또 갑과 을과는 다른 새로운 갑의 탄생을 알린다. 을은 새 을乙이자 둘째인 그 틈을 상징한다면 진실과 다른 허리띠의 방언 게타리를 한껏 추켜 올리던 그 을에 손톱 끝 까만 땟국물과 같은 검정, 검정은 모두 수리조합장 집 방죽 아래서 일어난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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