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사월 1 =이채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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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사월 1
=이채민
우박에 두들겨 맞은 약속이
실패의 봄을 지나갑니다
오늘은 싸락눈을 맞고 다시, 지나갑니다
오래전부터 지나갔습니다
환승을 해야 하는데
출구를 놓친 계절은
술잔 속 새벽을 서성일 뿐
지나가지 않습니다
오래전부터 지나가지 않습니다
더 이상 배달되지 않는 편지도
라일락 꽃멀미도
빛의 파편 속에 남아있는데
죽은 꽃들의 낭독회는 끝나고
방금 써내려간 비문 같은
오래전에 써 두었던 사직서 같은
사월, 입니다
계간 『시인시대』 2025년 여름호 발표
이채민 2004년 <미네르바>로 등단. 시집 『까마득한 연인들』, 『오답으로 출렁이는 저 무성함』 외 3권 출간. 미네르바문학상, 서정주문학상, 김달진문학상 젊은시인상 수상.
흰 가운을 걸치고=鵲巢感想文
언제나 사월이었고 다시 또 봄이다.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는 말도 있듯 우박 같은 큰 악재로 삶을 포기할 순 없다. 다시 복기하고 일어서는 마음, 그 마음 갖기가 참 어렵지만 아주 작은 거부터 새로 시작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그것은 환승의 조건이 되며 출구를 찾는 또 다른 새벽을 열 것이다. 복답복철覆踏覆轍이라는 말이 있다. 앞사람의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는다는 말 전철을 밟지 않겠다는 것 인간은 언제든 실수할 수 있다. 왜 실수했는지부터 비문이지만 유언 아닌 유언 같은 한 줄의 글은 사월이다. 시인께서 사용한 시제가 참 좋다. 다시, 사월이라는 말 모든 것이 다 시고 모든 것이 다 그리운 그 사에 이상향이다. 우박이 있고 난 후 또 싸락눈을 맞는 기분은 어떨까? 실패와 패배를 안겨다 주는 시(그리움)의 세계는 반드시 출구가 있다는 사실과 진실만 있을 뿐이다. 약속約束은 묶는다는 뜻이 모두 내포한 자다. 시작은 마음을 더 졸이고 느슨한 운동화 끈을 더 단단히 묶는 데서 출발한다. 사월은 언제쯤 지나갈까, 그 역설의 오월은 여름처럼 뜨겁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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