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일 =한영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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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일
=한영수
알밤을 주웠다
꿈을 꾸는 날은 아침이 서둘러 온다
찾아본 꿈 풀이는 좋은 일을 예언하고
오늘은 기다리는 전화가 있다
지금이 아니면 언제 알밤을
가랑잎만 들춰도 나오는 알밤을 꿈꾸겠는가
설렜다 두근거렸다 몰래 들썩거렸다
하루가 그냥 어두워질 때까지
어두워진 대로
밥은 먹어야지
식은 밥을 김에 싸다가 물에 말았다
좋은 일은 어떤 모양일까
내 일일까 세상의 일일까
생기는 걸까 만드는 걸까
고개를 들고
좌우를 둘러본다
뉴스에선 출근 길 지하철이 멈추고 지나가고
스키장 리프트에 매달린 손
지나간다 할 말도
남아있는 그 말도 지나갈 것이다
하루는 금이 가고
사이사이 헛살면서
오지도 가지도 않은 좋은 일을 나는 다 살아낸 거다
계간 《서정시학》 2026 봄호
한영수 2005년 최치원신인문학상, 2010년 《서정시학》으로 등단. 시집『케냐의 장미』『꽃의 좌표』『눈송이에 방을 들였다』『피어도 되겠습니까』가 있음.
흰 가운을 걸치고=鵲巢感想文
하루는 언제나 즐거운 일이며 좋은 일이다. 단 하루밖에 주어지지 않는 삶을 나에게 또 열어 주었으니까. 하루가 알밤이면 그 알밤을 깨뜨리는 일은 분명 나 자신이다. 그러나 그 알밤을 정말 깨뜨리려고 노력은 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밥을 먹겠다는 생각과 화장실은 가야 하고 뉴스처럼 새로운 것을 기대하지만, 그에 대한 준비는 없는 삶, 꿈처럼 현실이 아닌 현실 속에서 좋은 일은 없이 거저 흐르는 강물처럼 떠나보내는 들풀의 삶이었다. 오늘은 오늘을 기다리는 아침이 있어야 하고 그 아침을 펼칠 수 있는 전화轉化가 있어야 한다. 전화위복轉禍爲福이란 말이 있다. 재앙과 근심, 걱정이 바뀌어 오히려 복이 된다는 말, 우리의 삶은 한 장의 사막이 드리워진 현실에 존재한다. 마치 습자지처럼 한 번 그어버릴 수도 없는 삶이지만 우리는 습자지처럼 쉽게 젖으며 하루를 그렇게 찢어버리기 일쑤였다. 긴 죽음에서 돌아온 듯 문득 눈 뜨니 창틀마다 단검처럼 아침이 꽂혀 있었다는 어느 시인의 말처럼 고개를 들고 좌우를 둘러보고 살피기나 했을까. 스키장처럼 그냥 흘러버리지는 않았을까. 그 말. 내가 관심을 가지고 들여다보는 그 순간 사랑은 싹이 트고 그 싹은 얼마나 많은 것을 안겨다 줄까. 상상이나 했을까. 흰 밧줄로 아직 목은 단단 매달지 않았으므로 여전히 진행형인 오늘은 지하철만 탄다. 하루는 금이 가고 가랑잎처럼 날리는 먼지를 털면서 어둠을 만끽한 채 신혼을 떠올려 본다. 오늘의 어느 저물녘에서 인생 다 산 거처럼 오지도 가지도 않은 그런 일로 알밤을 까면서, 전화 전화하지 마라! 정말 문 닫았나 싶어 거는 그런 전화, 그냥 글 봐라!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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