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도의 꼭짓점을 거닐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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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도의 꼭짓점을 거닐며
교회 뒷마당
삼복의 무더위에 끓어오르는 무쇠솥처럼
묏자릴 잘못 쓰면 멸문지화는 부지기수라며
고래고래 핏대 세우며 밤하늘을 들쑤시며
별을 내쫓던
동네 유일의 택시드라이버 철이 아버지와
가만히 고개만 끄덕이며 무언의 침묵으로
맞장구를 치시던 아버지,
그날 이후 나의 종교는 폐사한 오리 떼처럼
오염된 낙동강 하구의 어느 모래톱에 생매장
되고 말았다
주말마다 부모님의 눈치로 미사참례를 하던
어느 날,
무에 바람 들듯 심장에 십자가를 꽂았다
검붉은 모래바람이 격랑으로 몰아치던
적기뱃머리를 지나 가파르게 오르던 고갯길,
실핏줄 같은 비좁은 골목에 들어서면 두 팔
벌려 침묵으로 안아주시던 무언의 빛,
휴일 아침 머리맡을 점자처럼 더듬거릴 때면
쪽창을 비집고 나온 가시광선을 타고 먼지가
허연 속살을 보이며 부유하는 찰나의
아늑함이여!
언젠가 학력고사를 준비하던 시절, 지뢰 같은
숨은 포부를 밝히자 아버지의 제국은 그날로
부터 무형의 칼날에 멸망해버렸다
눈 앞에 침묵으로 벼린 칼날을 잠잠히
건네주시던 아버지,
내 심장을 향한 칼끝이 아버지의 심장을 도려내고
있었다는 것을 그땐 알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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