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련(未練) > 소설·수필

본문 바로가기
사이트 내 전체검색
시마을 Youtube Channel

소설·수필

  • HOME
  • 창작의 향기
  • 소설·수필

☞ 舊. 소설/수필   ♨ 맞춤법검사기

 

 

모든 저작권은 해당작가에게 있습니다.무단인용이나 표절을 금합니다

미련(未練)

페이지 정보

작성자 profile_image 계보몽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2건 조회 126회 작성일 26-03-11 06:05

본문

​   미련(未練) 




  미련 없다 그 말이 진정인가요라는 가사말이 있다. 애끓는 마음을 속으로 부터 긁어내어 부르는 그 여가수의 애타는 모습을 보면 과연 그 미련이 얼마나 끊어내기 어려운 집착인가를 짐작할 수 있음직 하다. 지나간 일을 깨끗이 잊지 못하고 터무니 없는 고집으로 집착처럼 달라 붙어 어리석은 삶을 사는 이가 더러 있다. 정작 나도 그 부류에 속하니 딱히 할 말이 없기도 하다.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라 해서 모든 것은 다 마음이 지어낸다는 말이 있다. 불가(佛家)의 금과옥조 같은 부처님의 말씀인데 가만히 들여다 보면 사람 사는 것이 반드시 이 문구 속에 베어 있음을 느낄 수 있다. 오롯이 마음만이 내 삶을 이끌고 내가 어떤 마음으로 사는냐가 삶의 지표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시내에서 나이 든 아들 둘과 함께 제법 크게 요양병원을 하고 있는 병원장이 내게 전화가 왔다. 예의 그 다 죽어가는 목소리로 자네 오늘 시간이 괜찮으면 추어탕이나 한 그릇 할까? 하며 초대를 걸어온 것이었다. 달포 전에 소머리 곰탕을 한 그릇씩 했으니 설명절이 지나고는 처음인 셈이었다. 그러지요 하니 동천에 유명한 추어탕 집이 있으니 그리로 오라 한다. 이 노인네가 하필이면 철지난 추어탕을 왜? 하며 그래 요즈음은 음식이 계절이 있나 하면서 운전석에 앉는다.

  알싸한 재핏가루 냄새가 진동을 하고 식탁마다 김이 모락모락 오르는 식당을 들어서니 저 만치 구석자리에 희멀겋게 앉은 허연 노인이 수신호를 보낸다. 원래가 풍채가 훤한 노인이라 왜소하고 볼품 없는 나보다는 어디에 앉아도 자리가 환하다. 늙은 손을 서로 맞잡고 새해 처음이지요! 그렇제! 하며 늦은 새해인사가 서먹서먹해서 한참을 섰다. 주문을 미리 해 놓았는지 도가니에 추어탕 두 그릇이 반찬과 함께 에아이가 날라다 주고는 두 눈을 깜박거린다. 아니 추어탕집에도 로보트가 날라다 주네요! 하며 시골뜨기가 짐짓 놀라니 요즘 인건비 때문에 사람 쓰기가 힘들잖아! 하신다. 후딱 일어나 주섬주섬 음식을 내리고 자리에 앉으니 제자리로 바로 돌아간다. 세상 참 조화속이네요! 하니 그래 오래 살고 볼 일이제? 하며 깊은 주름이 웃는다. 마늘과 고추를 한 숟갈씩 넣고 휘휘 저은 다음에 김이 오르는 국물에 재핏가루 반 스푼을 푼다. 그러고는 한입 가득 삼키며 두 눈을 부릅뜨고 서로를 바라보았다.

  커피 한잔을 들며 나 이제 병원장을 이번 이사회 때 아들에게 넘겨 줄라네! 하신다. 아니 뭘

천년만년 계속하시지 물려주려고 그래요! 하고 비양거리니 이제는 손사레도 힘이 없다. 그동안  내가 만날 때마다 이제 여든이 다 되었고 아이들도 50을 넘었으니 아이들 인생도 좀 생각해야 되지 않겠냐 죽이 되던 밥이 되던 아이들이 어떻게 말아 먹던 아이들에게 경영권을 넘겨주라고 그것이 형님과 아이들을 위하는 길이라고 3년 전 귀향할 때부터 지청구를 해오던 바였다. 늘상 병치레로 얼마 남지 않은 자기의 인생도 내일이 불투명 한데 무슨 놈의 미련이 그리 많아 병원일에 매달리는냐고 어른처럼 형처럼 야단을 올려 바쳤다. 그럴때마다 이놈의 미련이 내 발목을 잡고 놓아주지 않는단 말이야! 저 물가에 내어놓은 것 같은 아이들을 어떻게 믿고 이 일을 넘겨 주냐고! 그러면 아니 형님이 내일이라도 이 세상을 버리면 저 아이들이 병원을 어떻게 운영할지 또 병원을 팔아 먹을지 그것은 형님이 알바 아니지 않습니까? 하고 논쟁을 해온지가 3년을 넘었다. 그래서 형님! 잘 결정하셨습니다! 하고 이제는 형님의 여생도 있고 아이들의 인생도 있으니 이제는 미련도 집착도 다 내려 놓고 이번 아이들에게 넘긴다는 이 결정은 형님의 일생일대의 기발한 결정이라고 침을 튀기며 칭찬해 마지않는다. 식어버린 커피가 우리네 인생처럼 싸늘하다. 창밖을 보는 형님의 눈이 도마 위에 있는 동태눈을 닮았다. 재산이 너무 많아 늘그막히 미련과 집착에 우는 형님이 일견 가엾기도 하다. 현금이 그리 많다고 소문이 자자해도 자기는 돈을 물 쓰듯 써 본 적이 없어 돈을 어떻게 쓰느냐고 반문을 한다. 막상 이제는 쓸 곳도 없다. 집착과 미련에 울어도 이제는 너무 늦었다. 속된 말로 돈 버는 놈 따로 있고 쓰는 놈 따로 있다더니 그 말이 너무나 딱 들어 맞아 허망한 눈으로 오리무중의 세월을 헷갈려 하는 노인이 허공에 앉아 있다. 우리 모두 초점을 잃은 세월을 살고 있다. 맑은 봄날씨가 뿌옇다.





댓글목록

물가에아이님의 댓글

profile_image 물가에아이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미련은
늙으막에 제일 걸림돌 이 될것 같아예~
이 글속에 병원장자리에 대한 미련도 그렇고 소소한 일상에서도 미련은
크게 도움이 되지 않을듯 합니다~
가감히 던져버릴 수 있는 결단이 쉬운듯 어렵기도 하겠지예~
세상이 돈의노예가 되어 미쳐 돌아가는데 돈에 대한 미련도 많든 적든
가진사람들은 또 나름 미련이 ~~~~
날씨가 수상합니더예~  감기 조심하시길예~

계보몽님의 댓글

profile_image 계보몽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늘 미련 앞에선 갈등이따르겠지요
미련을 끊는 것도 옳고 그름이 있으니 무엇이 옳은가는 사단에따라 다르겠지요
이제 80이 넘으면 모든 걸 정리하는 시간이겠지요
그래도 악착 같이 미련을 붙들고 있는 모습이 안타까워서
50이 넘은 아들에게 넘겨주고 편하 사시라 했지요
실천을 할지는 두고 볼 일입니다 ㅎ

기력이 좀 돌아오셨는지요
조석으로 온도차가 상당하네요
코감기를 달고 삽니다
건안하시고요! 감사합니다!

Total 172건 1 페이지
소설·수필 목록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날짜
172 계보몽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9 05-18
171 계보몽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2 05-15
170
돌아온 봄 댓글+ 2
계보몽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78 03-17
169
진눈깨비 댓글+ 2
계보몽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7 03-16
168 계보몽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64 03-12
열람중
미련(未練) 댓글+ 2
계보몽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7 03-11
166 계보몽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16 03-10
165
꽃샘추위 댓글+ 2
계보몽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58 03-09
164 계보몽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15 03-08
163 계보몽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2 03-07
162
공양주 댓글+ 2
계보몽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54 03-06
161
멧돼지 댓글+ 2
계보몽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3 03-05
160 계보몽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12 03-04
159
홀로살기 댓글+ 2
계보몽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1 03-03
158 계보몽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6 03-02
157 계보몽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50 03-01
156 계보몽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7 02-28
155 계보몽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0 02-27
154
언제나 청춘 댓글+ 2
계보몽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72 02-26
153 계보몽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90 02-25
152
세 여시 댓글+ 2
계보몽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56 11-01
151
아내의 생일 댓글+ 2
계보몽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89 10-22
150 계보몽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20 10-09
149
실묘(失墓) 댓글+ 2
계보몽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48 10-07
148
서울 사랑 댓글+ 2
계보몽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61 09-30
147
파리목숨 댓글+ 2
계보몽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18 09-27
146
시제 소회 댓글+ 2
계보몽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65 09-22
145 계보몽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98 08-13
144 계보몽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48 07-27
143 계보몽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56 07-17
게시물 검색

 


  • 시와 그리움이 있는 마을
  • (07328) 서울시 영등포구 여의나루로 60 여의도우체국 사서함 645호
  • 관리자이메일 feelpoem@gmail.com
Copyright by FEELPOEM 2001.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