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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성(知性)을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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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계보몽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2건 조회 52회 작성일 26-05-15 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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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성(知性)을 찾아서 




 가도 가도 끝이 없는 편도 일차선 길은 구불구불 산허리를 돌아 계곡이 평지와 맞닿을 즈음 호흡을 멈춘다. 이윽고 기다리던 춘산(春山)을 넘어서자 우리나라 최초의 화산이었던 금성산이 떡하니푸른 재를 덮어쓰고 점잖게 누워 있었다. 금성산 주변의 화산(火山) 토질의 특성에 따라 여기 저기 마늘 밭이 끝이 없고 의성마늘의 명예가 파랗게 자라고 있었다. 이른 여명을 따라 경주에서 의성 가는 길 굽이굽이 산길에는 사과나무가 꼿꼿이 줄을 지어 파란 열매가 이슬에 촉촉하였다. 겨우 찾은 동행의 집 마루에 앉은 소반에는 겨우내 숙성된 유자차의 따끈한 김이 모락모락 피어 올랐다.

 조선 여성사의 성리학의 태두이신 임윤지당(任允摯堂) 할매의 헌다례회가 있어 강원도 원주시 가족공원에 있는 선양관(宣揚官)으로 가는 길, 조선 후기(1739년)를 여행하는 동행길에 의성에서 한 분 안동에서 한 분 종친들을 모시고 원주로 가는 길이었다. 지역에서 향교출입도 열심히 하고 유림들을 이끌며 몇 남지 않은 늙어 가는 종친들을 다독이며 살아 가는 옛날 같으면 선비 같은 사람들과의 동행이었다. 깔끔히 말아 올린 상투의 매무새를 조이고 유건에 갓을 쓰며 도포끈을 묶으며 일어서는 환영에 문득 내가 지금 서 있는 세월이 어디쯤인가 하며 휘청거리는데 어깨를 툭 치며 어서 갑시다! 하는 소리에 세월이 깜짝 놀라 핸들을 곧추 잡았다.

 1721년 가난한 양반가문에서 태어나 아버지를 일찍 여의었으나 어려서 부터 유교경전과 사서(四書)및 성리학을 배웠으며 몸에 배인 법도와 보무(步武)가 남달라 주위로 부터 칭찬이 자자했다. 이후 선비 신광유와 결혼했으나 남편을 일찍 여의고도 55년 동안을 원주에서 사셨다. 이후 어렵게 낳은 자식마져도 잃었으나 불운하고 고단한 삶 속에서도 학문을 닦는데 게을리 하지 않았다. 임윤지당 할매의 학문적 요체는 남자와 여자를 상호 보완적인 똑같이 중요한 필수적 존재로 본 선각의 학문을 추구하였다. 일찌기 정조(正祖)의 스승이었던 큰 오빠 녹문공(鹿文公) 임성주와 작은 오빠 임정주에게 성리학을 배웠고 임윤지당이 세상을 떠난 후 남동생과 시동생이 남겨 놓은 글을 모아 심신의 수양과 도덕적 실천을 애쓴 내용을 담은 윤지당 유고를 펴내게 되었다.

 선비들이 도착한 윤지당의 영정을 모신 선양관의 하늘에는 파랗게 물든 초여름의 물빛이 짙었고 허공을 수놓은 만국기는 사람들의 마음처럼 팔랑이고 있었다. 테너의 남자가 음원을 길게 뽑아 올리니 알토의 성악가가 초하의 푸른 하늘에 검은 머리결을 일렁이고 있었다. 내빈으로 참석한 종친들이 모두 일어나 인사를 하자 우뢰와 같은 박수가 분위기를 가르고 이 행사를 주관한 원주 부인회인 예림회의 회원들이 다소곳한 한복인사가 정겨웠다. 원주의 여성들이 모여 긴 세월 원주에서 살다 가신 윤지당의 추모를 위해 만들어진 여성단체들이 구절구절 고맙고 2005년 문화부에서 윤지당 할매를 5월의 문화인물로 선정한 이후 20여년이 넘게 전통을 이어온 예림회 여러분께 깊은 감사의 고개가 절로 숙여졌다. 정갈한 차 한잔을 들고 들어선 영정 앞에는 교교한 학문의 향기가 고요하고 굳게 다문 윤지당할매의 입술을 보며 그 지조와 기품에 감히 눈을 마추어 보고 멀리서 온 원손을 품에 안을 듯 인자로운 표정을 하고 계셨다. 박복한 삶을 학문으로 닦아내어 심신을 수양한 선각의 기품은 조선 최초의 여성성리학자로 우뚝 선 현실의 발자취로 영원의 호흡으로 남아 나의 몸과 마음을 감싸고 있었다. 돌아서며 또 한 번 뒤돌아 보고 죽기 전에 언제 또 한 번 뵐 수 있을지 세월을 몰라하는 늙은이의 등을 세월이 밀어냈다.

 과연 나의 삶은 세월의 어느 지점에 와 있을까. 나는 무얼하며 지금까지 세월을 갉아내며 살아가고 있을까. 헛헛한 몰골에 그림자만 쓸쓸하고 무얼 그리 바쁘다고 인사도 없이 사라지는 황발의 종친들을 보며 쓴 웃음을 짓는 오후가 길게 늘어졌다. 하늘과 인간 그리고 땅의 원리를 추적해온 인간의 학문들. 선양관의 뜨락을 홀연히 날아 오르는 하얀 나비들 속에 사람의 꿈도 훨훨 날아 올랐다. 사람들이 박수를 쳤다. 청정한 마음들이 하늘 높이 날아 올랐다.

댓글목록

안박사님의 댓글

profile_image 안박사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계보몽* "隨筆家 & 詩人" 님!!!
 지난隨筆香 "돌아온 봄"以後,2個月餘晩에 들어오셨습니다..
 先祖이신 "임 윤지당"할매의,"獻`茶禮會"에  車로 다녀오셨군`如..
"慶北`의성郡"의 "금성山이, 울나라 最初의 火山發生地라는것 認知요..
"高麗`儒臣"의 後孫인 本人같이,"성리學"의 後孫이신 "계보몽"任이 더芳加..
"계보몽"詩人`隨筆家님!玉石과 같은,文章에 感謝드리며.. 늘,"健康+幸福"해要!^*^

계보몽님의 댓글

profile_image 계보몽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고려유신의 후손이신 안 박사님!
저는 대유학자이자 고려충신 안유의 후손인줄 짐작은 했습니다
임윤지당 할머니는 퇴계의 이기이원론 에서 더 진화한 이기합체설의
이론을 쫓았죠 조선조 여성 최초의 성리학자이기도 하지만
남녀평등을 주장했던 진보사상의 여성이었습니다
해마다 원주 여성단체인 예림회의 회원들이 행사를 주관하고 진행하지요

그냥  기행문 같은 졸글에 격려의 말씀 고맙습니다
늘 건강하시고 행복하세요 안박사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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