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숲에 들면 =김계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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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숲에 들면
=김계반
바람 없는 날에도 대숲에 들면
젓대소리 들려오는데
고개 젖히고 보면 한낮에도 댓잎
별을 만지고 있는데
빽빽한 느낌표 같이 가로막아서는
대숲은 어느새 옷깃 적시기 시작하지요
오래된 상처일수록
가슴에 꽃물 든 묵은 상처일수록
가슴 밖으로 화악 끄집어내어
바람에 헹구는 젓대소리
대금 시나위
마디마디 속살 영근 쌍골
속 비우고 바람 후려내는 소리는
천년을 저미어도 그 마음
기울다 차오르는 보름달 같은 사랑
지귀志鬼의 숨소리 같기도 한데
그러기에 그 가락
한 줄금 소나기 같이 가슴 훑을 때면
울컥,
진한 꽃물 토해내는 거 아니겠는지요
김계반 시집, 『대숲에 들면』(시선사, 2009)
본명 김옥선 대구 출생 2009년 계간 《시선》으로 등단 시집 『대숲에 들면』 『발자국 편지』 외
흰 가운을 걸치고=鵲巢感想文
시학은 혼자 놀기에 딱 좋은 학문이다. 시를 들여다보고 있으면 마치 보이지는 않지만 보는 듯이 상대와 이야기하고 있는 느낌, 그 상대는 다름 아닌 나며 툭 튀어나온 그 뿔 보다가 나간 혼을 보고 있자니 그 뿔에 따뜻한 옷이라도 입혀 보내고 싶은 마음이다. 그렇게 잘 지어나 못되나 흐뭇한 마음 한 자락에 오후는 베일을 벗고 오우! 뷰티플 아름다운 시간이었어하며 느낀다. 바람이 없는 날에도 대숲은 그래도 한 번은 걸어나 보자. 또 모를 일이다. 젓대소리처럼 허파에 피리 구멍을 내줄지도 모른다. 이 시에서 곰곰 생각해 볼 만한 시어는 상처며 꽃물 그리고 시나위와 지귀志鬼였다. 상처는 윗 상上에 살 처處에다가 상처傷處로 닿으니 언어의 경제적 활용성에 높은 혜안을 갖게 한다. 시나위는 한마디로 각종 전통악기를 버무려 울린 무속음악이지만 가끔 카페서도 대학인을 불러 공연도 해보았지만 듣고 있으면 서양의 음악 가령 교향곡 듣는 거보다도 가슴 울릴 때가 적지가 않다. 대금, 악기 이름이지만 대를 잇는 듯한 소리에 시 나 위였다. 지귀는 그 뜻은 혼을 담아 오르는 거라서 또 종이라는 것도 있어 훑고 가는 게 심장을 칼로나 긋듯 스으윽 그어지는 그 느낌까지 담아 오른다. 그야말로 한 줄 이름난 명 문장을 남긴다면 한 천 년이 대수로울까! 한 만 년 꽉 찬 삶을 이을 수도 있는 일, 그러나 그 마음까지 다 접어 울컥 지금, 이 놀이야말로 잠시 혼을 달래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도 없으니 이만하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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