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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eph =이이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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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崇烏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592회 작성일 24-10-18 2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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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eph

=이이체

 

 

    길 위에 까마귀들이 굳은 듯 앉아 있다. 과거로부터 잘려나간 나뭇가지들뿐, 황야라고 발음되면서 황야는 다시 울창해지려 한다. 메마른 육욕이 그리워서 길은 이 둘레가 되기를 거부하고, 밤과 낮이 뒤바뀌고 뒤섞인다. 뭉툭해진 가시덤불의 울음이 있다. 푸석푸석하게 무너져가는 희미한 자갈들 속에서 방랑은 출몰한다. 저 빈자리마다 부모를 낳고는 떠나버리는, 돌아오지 못할 탕자(蕩子). 다 까마귀밥이다. 생애로 얽히고설킨 머리카락을 빗방울에 적셔 풀어 헤치고는, 적막하게.

 


   문학과 지성 시인선 482 이이체 시집 인간이 버린 사랑 78p



   얼띤 드립 한 잔

    시제 ‘Aleph’, 아랍 문자와 히브리 문자의 첫 번째 글자다. 알파벳 A자를 옆으로 누인 모양이다. 소의 머리에서 비롯한 글자다. 시리아 북부 지명이기도 한 알레프, 여기서는 거저 소의 가차다. 길 위에 까마귀들이 굳은 듯 앉아 있다. 길과 까마귀는 대조를 이룬다. 길이 정석 된 삶이라면 까마귀는 새며 검정을 상징한다. 길에서 까마귀로 이전한 물질은 단지 과거로부터 잘려나간 나뭇가지에 불과하다. 시인은 그것을 황야라 일컫고 싶다. 그러면 황야는 다시 울창해지고 그러니까 무언가 생산과 재생산된 고통으로 닿는다. 메마른 육욕이 그리워서 길은 이 둘레가 되기를 거부한다. 메마른 육욕, 고독을 자처한 시인이다. 어디에 뒤섞여 지낼 수 없는 둘레와 깊이를 가지고 있다. 밤과 낮이 뒤바뀌고 뒤섞인다. 시의 일체성과 다양성을 발견할 수만 있다면 온몸 뒤틀며 빨래를 문지르듯 때를 보는 일, 그 속에는 뭉툭해진 가시덤불의 울음이 있다는 사실, 이는 하나의 나뭇가지며 길과 역행한다. 푸석푸석하게 무너져가는 희미한 자갈들 속에서 방랑은 출몰한다. 자갈, 스스로 자글자 자여기에 칡 갈에 목마를 갈이다. 저 빈자리마다 부모를 낳고는 떠나버린다. 부모는 시를 일깨운 존재며 읽은 자다. 돌아오지 못할 탕자(蕩子), 방탕하게 살다 간 한 사람으로 시를 묘사했다면 이는 다 까마귀밥이다. 자책일뿐더러 시를 읽거나 쓰지 않는다면 이 시대에 또 무엇을 할 것인가! 생애로 얽히고설킨 머리카락을 빗방울에 적셔 풀어헤치고는, 적막하게, 머리카락은 검정을 상징하며 가늘고 긴 모양을 한다. 빗방울은 구체며 비와는 달리 굵고 묵직해서 떨어지는 것이 간헐적인 맛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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