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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하고 싶은 시에 간단한 감상평이나 느낌을 함께 올리는 코너입니다 (작품명/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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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편 이내 올려주시고, 특정인을 홍보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하는 것을 

고용 / 김 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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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144회 작성일 18-12-14 11:04

본문

.

     나는 너를 고용했다. 당분간 나 대신 살아줄 것을 부탁하는 말투로 명령했다. 그는 이미 나를 살고 있다. 나를 대신하여 너를 버리고 그를 버리고 나를 살고 있는 그에게 내가 전해줄 말은 딱히 없다. 이미 나를 대신한 나이므로. 나는 스스로 묻고 답하는 과정만 남은 그에게 다시 부탁하는 말투로 명령했다. 나를 대신해서 나를 죽여달라고. 그는 마지못해 그 자신을 칼로 찔렀다. 내가 죽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행해진 그 절차에서 살아남은 사람은 그가 아니다. 나도 아니다. 너는 무슨 염치로 살아 있겠는가. 대신 살아줄 사람을 찾아야겠지. 부탁하고 또 부탁해야겠지. 죽고 싶다는 말로.

 

                                                                                                           -고용, 김 언 詩 全文-

 

     鵲巢感想文

     예전에 이문열 선생의 소설 約束을 읽은 적 있었다. 를 읽으니 그 약속이 떠오른다. 줄거리를 간략히 하자면 이렇다. 어떤 시골에 살인사건이 일어나고 죽은 자는 자살로 사건이 종결되었다. 죽은 자의 옆집 농부의 아들이 죽은 자를 측은하게 여긴 나머지 꿈에 죽은 자가 나타나 목숨을 건 약속을 하게 된다. 옆집 농부의 아들은 법관이 되고 아직 공소시효가 끝나지 않은 이 사건을 맡는데 뜻밖의 일을 알 게 되었다. 이 사건을 맡은 사람이 장인어른이었고 이 일을 도운 사람이 아버지였다. 약속의 기한은 만료되자 그 법관은 죽은 자의 손에 이끌려 생을 마감한다. 그러니까 법관은 죽은 자에게 약속과 더불어 그 원한을 풀고자 고용된 사람이었다. 사실 이 소설을 읽고 섬뜩하게 느낀 것도 사실이다.

     詩人를 읽다가 내가 마치 암묵적으로 고용인이 된 것 같았다. 이문열 先生約束처럼,

     아무튼 시인의 고용을 읽다가 순간 떠오른 얘기였다. 에서도 삶과 죽음을 얘기한다. 그 사이에 고용된 자와 고용한 자가 등장한다. 사실 그 둘의 관계는 자아와 자아가 생산한 시적 자아다. 그러니까 . 자아가 생산한 는 자아를 대신하여 부지런히 활동하여야 한다. 그것만이 자아를 살리는 방법이다. 자아를 대신하여 스스로 묻고 답하는 과정을 하며 또 죽기까지 한다. 죽음은 새로운 생명의 잉태와 탄생의 밑거름이다. 저 뒤쪽에 보면 살아남은 사람은 그가 아니다. 나도 아니다. 를 읽은 독자다. 너는 무슨 염치로 살아 있겠는가의 뜻은 이미 생산한 는 제 역할을 다했으면 하는 바람으로 쓴 것이다. 그러니까 읽히지 않고 수면을 취하는 는 염치가 없는 꼴이 된다. 대신 살아줄 사람은 역시 독자다. 는 피안彼岸이므로 그 의 생명은 삶이 죽는 것이고 죽음이 사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시의 인식과 이해는 죽음의 결과를 맺는다. 부탁하고 또 부탁하는 과정은 시 인식의 과정이므로 살아있는 주체가 된다. 나는 내 나름으로 이 시를 읽었기 때문에 죽음의 행사를 치른 것이다. 다시는 보지 않겠지 아마도. 이제는 나에게서는 완전히 죽은 것과 다름없기 때문이다.

     오늘도 무한한 고용인을 생산하며 陣頭指揮하는 시인이여! 염치없는 낯짝으로 잉태의 길을 걸어가 보자.

 

 

     鵲巢

     마을에는 여러 노인이 있습니다 모두 뒤가 없습니다 앞만 바라봅니다 서로 죽겠다고 눈알 부라리며 서 계시는 것 보면 참 보기 민망합니다 그러나,

     노인정은 연일 잔치입니다 운 좋은 노인은 참한 수의에 염장까지 마쳤으니까요 마치 증명사진을 보는 듯해요 그러나 달빛은 여전히 차고 여립니다

     흰 곰방대 물며 담배 한 모금 길게 당기는 김 노인께서 한 말씀하십니다 지난달에는 형이 죽었어 곰방대를 시멘트 바닥에다가 탁탁 칩니다 마치 얼른 죽여 달라는 말씀처럼 듣기는 것 같아 마음은 숙연합니다

     가슴은 뜨끔합니다

     노인은 경멸한 눈빛으로 쏘아보고 이 꾹 다물고 있습니다

     군불을 지피시는 아버님은 얼굴이 상기되었고 기침까지 합니다 저녁에는 진지 드시다가 이까지 나갔습니다 그냥 쑥 빠졌습니다 그 이를 창밖에 내던집니다 주무시기 전에는 면도까지 하십니다 그러면서도 중얼거립니다 내일은 태양이 뜨겠지 암 태양이 뜰 거야!

     코 골며 주무시는 아버님 가슴에 손을 얹습니다 언제까지고 계속 문질렀습니다

     몇 억 년 전에도 있었던 눈동자 하나가 반쯤 감은 채 창밖에서 내려다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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