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개 / 이준규 > 내가 읽은 시

본문 바로가기
사이트 내 전체검색
시마을 Youtube Channel

내가 읽은 시

  • HOME
  • 문학가 산책
  • 내가 읽은 시

    (운영자 : 네오)

 

소개하고 싶은 시에 간단한 감상평이나 느낌을 함께 올리는 코너입니다 (작품명/시인)

가급적 문예지에 발표된 등단작가의 위주로 올려주시기 바랍니다(자작시는 삼가바람) 

12편 이내 올려주시고, 특정인을 홍보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하는 것을 

고개 / 이준규

페이지 정보

작성자 profile_image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115회 작성일 18-12-22 00:05

본문

.

     비가 내린다. 한 줄 읽고 있어도 내리고 두 줄 읽고 있어도 내린다. 비는 세게 내리기도 하고 약하게 내리기도 하고 내가 은행에 있을 때나 시장에 있을 때에 내리기도 하고 우산을 펼치거나 우산을 접었을 때 내리기도 하고 내가 이를 닦거나 커피를 마실 때도 내린다. 비는 내린다. 여름비가 내린다. 여름에는 우체통에 책이 꽂히기도 하고 여름비가 내려 바지가 젖기도 한다. 젖은 바지가 더 젖기도 한다. 비가 내린다. 한 줄 읽고 있어도 내리고 두 줄 읽고 있어도 내린다. 나는 고개를 돌린다.

 

                                                                                                        -고개, 이준규 詩 全文-

 

     鵲巢感想文

     긴장하라

     그리고

     시작하라

     詩人은 시인만의 가진 글의 특색이 있다. 찬휘면 찬휘 덕배면 덕배다. 그러니까 본인의 특색이 있다는 말이다. 시집 전체가 행 가름이 없는 것도 그의 특색이며 단문으로 누구나 읽기 쉬운 문장이지만, 어 이거 뭐지 하며 되돌아보게끔 한다. 필자도 행 가름은 대개 싫어해서 문장으로 벽돌처럼 찍어내는 경우가 많다. 비유가 허술해서 문제지만, 필자의 글쓰기 지향하는 바이다.

     하여튼 위 시를 보면 비가 내리고 있다. 별 달리 설명이 없다. 비가 내리는 것을, 그러나 이 비에 시인만의 감정을 얹었다. 비처럼 수많은 사색과 그 사색이 시인의 몸을 경유해서 돌아가는 현실을 보고 있다. 그 현실은 모두 고개다. 고개는 목 뒷덜미를 말하기도 하지만 산의 오르막과 이를 한층 비유한 고비나 절정을 뜻하기도 해서 비가 내포하는 그 의미를 더 깊게 닿게 한다.

     중요한 것은 시문에서 보듯이 시인은 우체통에 책이 꽂히기도 하고 여름비가 내려 바지가 젖기도 한다고 했다. 인생에 수많은 비가 지나간다. 그때마다 사람은 어떻게 대처하는 것인가? 시인은 책이었다. 필자도 마찬가지다. 역대 왕조국가에서 문과 무를 겸비한 왕들은 모두 살아남았다. 왕의 명성까지 얻게 되었다. 한 손은 칼을 들어도 한 손은 책을 들어야 한다. 생각하는 존재로 우뚝 서야 만이 살아남을 수 있다.

     선도강심보루지船到江心補漏遲라는 말이 있다. 배가 강 한복판에 다다른 뒤 물이 새는 것을 고치려 하면 늦다는 말이다. 책은 千秋萬古의 보배였다. 내 하는 일에 누구나 현명한 사람은 없다. 궁지는 언제 어느 때나 있을 수 있다. 선인의 지혜가 고스란히 묻은 책은 삶의 지혜를 부른다. 일이 더 커지기 전에 수습하는 것도 그때그때 처리하는 능력도 평상시 책을 읽지 않고는 명석한 해법은 구하기 어렵다. 여기서 끊고 하여튼,

     나는 이 텍스트를 한 줄 읽고 있자니 내 몸 안에서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두 줄 읽고 있어도 비가 내렸다. 나는 이제 그만 고개를 돌릴까 한다.

 

 

     鵲巢

     나는 너무 멀리 왔다 네가 바라는 곳에서 멈춰 있었기 때문이다 순종하는 개처럼 앉아 있었으므로, 하얀 잔에 이해할 수 없는 커피만 마시고 있었다 네가 머물다가 간 자리에 흘린 빵조각을 닦으면서 평온하고 광활한 지평선만 그렸다 아무것도 없지만 햇살에 타오르는 눈들을 밟고 따뜻한 얼음이 되고 싶었다 창틀에 낀 먼지를 닦으면서 너는 모르는 말을 뱉고 그렇게 다리를 떨면서 언젠가는 작대기로 땅 짚고 지게를 벗을 수 있을 거라며 하얀 눈밭에 앉아 있었다 들꿩이 날아가고 산비둘기가 날아오르는 이 산길에 시원히 날아가는 저 뒤태를 보면서 따뜻한 햇볕을 쬐고 있었다 입가에 흐르는 침도 잊으면서 아무도 내 얼굴을 보지 않을 이곳에서 오로지 한 사람을 죽이겠다고 내 손목을 다부지게 끊고 있었다 영영 돌아올 수 없는, 영영 돌아오지 않겠다고,

     영영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Total 5,011건 1 페이지
내가 읽은 시 목록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날짜
공지 조경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3912 07-07
5010 김부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9 04-26
5009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5 04-26
5008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2 04-26
5007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7 04-23
5006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2 04-23
5005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2 04-22
5004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1 04-21
5003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7 04-21
5002 김부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7 04-18
5001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9 04-17
5000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4 04-16
4999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7 04-16
4998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11 04-15
4997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1 04-11
4996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7 04-11
4995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4 04-10
4994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3 04-10
4993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9 04-10
4992 김부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1 04-10
4991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6 04-09
4990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0 04-09
4989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7 04-08
4988 솔바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7 04-07
4987 김부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69 03-27
4986 김부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70 03-21
4985 김부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61 03-15
4984 김부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31 03-08
4983 김부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25 03-02
4982 김부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27 02-20
4981
담배/장승규 댓글+ 2
조니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06 02-18
4980 김부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75 02-06
4979 김부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19 01-30
4978 김부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54 01-23
4977 김부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83 01-16
4976 김부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72 01-09
4975 김부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26 01-02
4974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81 01-02
4973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85 12-31
4972 김부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73 12-26
4971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24 12-25
4970 김부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17 12-21
4969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65 12-20
4968 조니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15 12-19
4967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33 12-16
4966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58 12-13
4965 김부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52 12-12
4964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46 12-12
4963 김부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82 12-05
4962 강경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76 12-02
게시물 검색

 


  • 시와 그리움이 있는 마을
  • (07328) 서울시 영등포구 여의나루로 60 여의도우체국 사서함 645호
  • 관리자이메일 feelpoem@gmail.com
Copyright by FEELPOEM 2001.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