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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하고 싶은 시에 간단한 감상평이나 느낌을 함께 올리는 코너입니다 (작품명/시인)

가급적 문예지에 발표된 등단작가의 위주로 올려주시기 바랍니다(자작시는 삼가바람) 

12편 이내 올려주시고, 특정인을 홍보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하는 것을 

다뉴세문경 / 안현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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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216회 작성일 18-12-22 11:35

본문

.

     언젠가 나는 거울에 대하여 이야기하고 싶었습니다 그게 오늘밤이 될지는 몰랐지만 말입니다 거울밖엔 장미가 한창입니다 어디선가 몰려온 구름처럼 무거운 음악이 흐르는 이곳을 빠져나가면 앞도 뒤도 옆도 돌아보지 않는 사랑을 시작할 수 있을 것만 같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사랑에 빠지고 싶다는 생각 하나만으로도 사랑에 빠져버릴 수 있었던 초능력을 상실한 지 너무 오래 다시 장미는 피는데 나는 죽은 사람인 것만 같습니다 자명종이 울리는 밤입니다 다른 세상이 열릴 것만 같은 밤입니다

 

     언젠가 나는 거울에 대하여 이야기하고 싶었습니다 물냉면을 먹고 낙산 성곽길을 내려오던 밤, 당신이 내게 건넨 다뉴세문경을 닮은 거울에 대하여, 그 거울에 새겨진 기하학적인 무늬에 대하여, 오랜 세월 땅속에 묻혀 있던 그 거울에 비쳤을 오래된 어둠에 대하여, 오래된 두려움에 대하여, 그 거울에 새겨진 삼각형 무늬가 주술에서는 재생을 의미한다고 말해주던 당신의 옆얼굴에 대하여, 다시 자명종이 울리는 밤입니다 다른 세상으로 가는 거울 속입니다

 

                                                                                                         -다뉴세문경, 안현미 詩 全文-

 

     鵲巢感想文

     우리는 현대에 살고 있다. 미래의 언어는 어떻게 바뀔지 모르고 과거는 어떠했는지 알 수 없다. 그나마 알 수 있는 것은 미흡하게나마 남아 있는 옛 사람의 글들이다. 언문으로 쓴 편지 같은 것이다. 고대는 우리민족이 어떤 언어를 구사하였는지 사실 모른다. 시대적 구분으로 그때 그 유물이 간혹 발견되기도 하지만, 어떤 말을 사용하며 어떻게 통용했는지는 알 수 없다.

     詩人이 쓴 시제가 다뉴세문경多紐細文鏡이다. 다뉴세문경은 일종의 거울이다. 이 거울은 태양숭배사상太陽崇拜思想과 관계가 깊은 것으로 우리나라 청동기 시대에 사용한 대표적 유물이다. 초창기는 거친무늬거울粗文鏡에서 시작하여 잔무늬거울精文鏡로 발전한 것으로 보인다.

     필자가 아는 바로는 부족국가 시대 때 한 부락의 족장이 차고 다녔던 물건이 아닌가 한다. 끈을 달 수 있는 고리가 있다. 여기에 가죽 끈을 달아 앞가슴에 지녔다. 족장은 여기에다가 청동방울과 지팡이까지 지녔던 것으로 보인다. 마치 주술적 어떤 신을 부르는 제사장의 권위를 대변한 물건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청동거울(다뉴세문경)을 가슴에 달면 햇볕에 비쳐 눈부실 정도니까.

     위 는 두 단락으로 이루었다. 아무래도 자아에 대한 사랑으로 첫 번째 단락은 읽고 싶었다만, 두 번째 단락은 당신이 내게 건넨 다뉴세문경을 닮은 거울에 대하여라는 시구가 보인다. 그러니까 다뉴세문경을 비유삼아 마음을 얹은 것으로 보기는 어렵게 됐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자아에 대한 사랑이 담긴 시임에는 분명하다.

     그러나 이 작품은 솔직히 말하자면 작품성은 떨어진다. 시는 자아를 대변하는 것이 아니라 타인이 자아를 어떻게 바라보느냐다. 역지사지로 좀 더 세밀한 관찰이 필요했다. 독자가 읽을 때 오는 어떤 사색을 불러 일어 킨다면 훨씬 나을 뻔했다. 시적 관점이다. 현실과 시적 세계에서 오는 어떤 혼돈과 질서가 필요하다는 말이다.

 

     이참에 다뉴세문경에 관한 좋은 가 있어 아래에 소개한다. 개인적으로 친분이 있는 詩人의 글이다. 신춘에 당선된 작가로 글 꽤 잘 쓰시는 분이다.

 

 

     다뉴세문경多紐細紋鏡 / 전영아

 

     동심원 둥근 태양의 무늬를 등에 지고

     깊고 어두운 터널을 건너왔어요

     수천 년 전, 암석에 기원했던 겹겹의 무량한 주술이

     내 몸에 새겨진 줄 까맣게 몰랐어요

 

     세속과 신성의 경계 사이를 주제하는

     제사장의 권위였던 생을 지나

     태양계만큼 넓고 긴 시공간을 지나

     몇 겁의 전생과 전생을 지나

     빗살무늬 기하학적 세문이 새겨진 청동거울의 기억을 지닌 채

     파경 되지 않은 온전한 명경으로 환생했어요

 

     세상의 모든 것이 거꾸로 읽히는 나는

     나를 관통하여 다른 세상을 다녀오는 당신을 볼 때마다

     당신의 진심까지 곡해할까 두려워요

     텅 비어 공허한 내 연민을 당신은 알 리 없고

     당신의 뒤꿈치를 붙잡을 방법이 없어 쓸쓸하고 쓸쓸해요

     내 존재의 의미를, 그 주술의 의미를 알 수 없는 나는

     내세의 동굴 벽에 당신을 묶어두고 싶어

     자주 청동의 얼굴을 반짝반짝 닦아요

 

 

     詩人의 생애를 안다면 이 는 더 애타게 와 닿을 것 같다. 두 번의 결혼과 두 번의 이혼, 그리고 다시 또 모험적인 결혼을 택했다. 카페에도 몇 번 오셨다. 학교에서 글을 가르친다. 울산에서 활동한다. 늘 짧은 만남이라 많은 대화는 나눌 수 없었다. 언제나 보아도 밝은 선생의 모습이 아직도 선하다.

 

 

     鵲巢

     거울에는 아주 오래 묵은 것들이 있다 둥근 원판만큼 태양을 받아들이고 그 빛을 내보였던 거울, 바깥을 거닐 때면 동굴은 환했다 굳은 계급의 상징 더는 부러질 수 없는 완장이었다 우리의 생명선으로 잇는 미세한 선율의 거울, 수천 년 수 세대를 뚫고 내 앞에 서 있었다 북방에서 내려온 이 언어의 슴베는 곧장 날았으니까 태양은 뿔뿔이 흩어졌다 까마귀가 하늘을 날고 소도의 솟대가 구름에 가렸다 젖은 초혜草鞋를 신고 단숨에 걸었다 족장은 마지막 새 하나를 끝내 잡으려고 청동방울을 흔들기까지 했으니까, 그러나 손은 더 굳기 시작했다 순간 발목이 날아갔다 금빛 같은 햇살은 반달 돌칼로 마저 남은 귀갑구의 한 자락까지 지워버렸다 말잔등 위에 얹은 동복銅鍑에는 그간 공중 고개로 부산히 휘둘렀던 피 묻은 돌칼과 슴베로 가득했다 연민은 설원으로 달려가고 흰 개는 썰매를 끌어야 했다 매번 침묵을 닦아야 했던 이 억겁의 삶이 족장의 거울로 승화하였다 어디서 소라 고동이 울리고 고인돌 하나가 저 너른 들판에 올곧게 서 있었다 기다림의 그 끝은 새처럼 하늘 날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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