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연 / 송찬호 > 내가 읽은 시

본문 바로가기
사이트 내 전체검색
시마을 Youtube Channel

내가 읽은 시

  • HOME
  • 문학가 산책
  • 내가 읽은 시

    (운영자 : 네오)

 

소개하고 싶은 시에 간단한 감상평이나 느낌을 함께 올리는 코너입니다 (작품명/시인)

가급적 문예지에 발표된 등단작가의 위주로 올려주시기 바랍니다(자작시는 삼가바람) 

12편 이내 올려주시고, 특정인을 홍보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하는 것을 

실연 / 송찬호

페이지 정보

작성자 profile_image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186회 작성일 18-12-24 23:20

본문

.

     여자는 눈이 퉁퉁 붓도록 울었다 여자는 말똥을 담는 소쿠리처럼 자신이 버려졌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거울을 보지 않고 지낸 얼마 사이 초승달 눈썹 도둑이 다녀간 게 틀림없었다

     거울 속 상심으로 더욱 희고 수척해진 비련의 여인에게 구애의 담쟁이덩굴이 뻗어가 있었던 것이다!

     여자는 콤팩트를 열고 그중 가장 눈부신 나비 색조를 꺼내 자신의 콧등에 얹어놓았다

     여자의 화장 손놀림이 빨라졌다 이제 여자의 코를 높이는 나비의 노역이 다시 시작되었다

 

                                                                                                         -실연, 송찬호 詩 全文-

 

     鵲巢感想文

     詩人 송찬호 先生는 이상야릇하다. 전혀 그렇지 않은데 또다시 생각하면 그럴 수도 있겠다는 것, 하여튼 몇 줄 되지 않는 이 시는 깊이로 따지자면 웬만한 사람은 잘 읽어 낼 사람도 없지 싶다.

     시제가 실연이다. 실연은 실연失戀도 되고 실연實演도 사실 된다. 실연失戀이면서 실연實演일 수도 있다.

     여자는 눈이 퉁퉁 붓도록 울었다고 했다. 자기를 제대로 알아주는 이 없으니 눈이 퉁퉁 부을 수밖에 없는 일이다. 를 알아볼 수 없으니 파지만 자꾸 늘어나는 것도 그렇고 이렇게 이미지를 하나 띄워놓고 본다. 그러니 다음 문장은 어느 정도 쉽게 풀린다. 말똥을 담는 소쿠리처럼 버려졌다. 소쿠리는 무엇을 담는 소재로 말똥이 들어갈 정도의 크기다. 말똥은 여기서 며 소쿠리는 詩集으로 보면 딱 좋겠다.

     그런데 거울을 보지 않고 지낸 얼마 사이 초승달 눈썹 도둑이 다녀갔다. 거울은 자아를 비춰보는 물질이며 즉 글을 제유한 것이다. 초승달 눈썹이 참 재밌는 詩語. 초승달의 색감과 형태는 하얗고 낫 같다. 무엇을 밸 수 있는 여기다가 눈썹은 새카맣다. 글을 제유한 것이니 아주 복합적으로 읽히는 소재다.

     더욱 희고 수척해진 비련의 여인에게 구애의 담쟁이덩굴이 뻗어가 있었다는 표현을 보자. 더욱 희고 수척해진 건 저 위에 보면 눈이 퉁퉁 분 것과 대조적이다. 그러니까 맹지盲地와 같은 지면紙面을 제유한 시구로 여기에 구애와 같은 글쓰기와 더불어 난잡함을 이끈 셈이다. 그러니까 詩人이 보기에는 글도 아닌 무언가가 내 를 보고 필사筆寫한 것 같은 그런 느낌이 좀 든 것처럼 말이다.

     여자는 콤팩트를 열고 그중 가장 눈부신 나비 색조를 꺼내 자신의 콧등에 얹어놓았다. 콤팩트는 생체가 아니라 굳은 물질이다. 이미 굳은 세계관으로 가장 눈부신 나비 색조 즉 변형의 어떤 형질로 자신의 실체(콧등)에 얹어 놓았다. 여기서 색조 나비가 아니라 나비 색조라는 말도 유심히 봐야 한다.

     여자의 화장 손놀림이 빨라졌다 이제 여자의 코를 높이는 끝없는 나비의 노역이 다시 시작되었다. 그러니까 그 여자의 화장 손 기술은 더욱 좋아졌고 여자의 콧등이 낮은 어떤 위치였다면 그 코를 높이기까지 한 나비의 노역, 그러니까 원래 본체에서 뜯어 나온 시말이 다른 곳으로 이동하여 본연의 의무는 저버리게 되었으나 여자가 떼어 붙여 실세가 되었으니 노동은 계속하게 된 셈이다.

     어쩌면 글의 도용이나 인용 등 여러 가지를 말하고 있는 셈이다. 그러니까 실연이자 실연이었다.

 

 

     鵲巢

     바깥은 비가 내리고 폐가처럼 앉아 일생을 펼쳤다 노을은 겹겹 산을 그리며 접시에서 오는 넓이와 길이만 본다

     눈독은 거저 앞에서 푸른 아이의 재롱만 귀엽다

     뜨거운 열기에 녹녹히 익은 한평생, 졸인 허무까지 마저 비웠더라면 그건 어쩌면 깊이의 무게겠지

     폭폭 내뿜는 입김은 오로지 지붕을 이끈 파도의 비애였다 비늘이 다 떨어져 나가고 등뼈가 드러난 바다는 새로운 세계를 여는 참고서였다

     이제 아이는 등을 벗고 북극성으로 향해하며 쳇바퀴가 되겠지

     손님 몇 없는 가게에 우리 가족은 모두의 구경거리였다 어머님은 내내 부록처럼 앉았지만, 교과서처럼 말씀이 많아,

     늙고 초췌한 아버지는, 묵묵부답

     살점 한 점 뚝 떼어 한 접시 담아주시는 아버지,

     바다를 비집으며 흐른 세월을 긴 젓가락으로 헤집다가 그만 손이 떨렸다


     내 속은 왜 이리 텅텅 비었나!

 


                                                                                                          

                                                                                                          =가족과 함께 명태 찜을 먹다 / 鵲巢=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Total 5,011건 1 페이지
내가 읽은 시 목록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날짜
공지 조경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3912 07-07
5010 김부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0 04-26
5009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5 04-26
5008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2 04-26
5007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7 04-23
5006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2 04-23
5005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2 04-22
5004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1 04-21
5003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7 04-21
5002 김부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7 04-18
5001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9 04-17
5000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4 04-16
4999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7 04-16
4998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11 04-15
4997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2 04-11
4996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7 04-11
4995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4 04-10
4994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3 04-10
4993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9 04-10
4992 김부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1 04-10
4991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6 04-09
4990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0 04-09
4989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7 04-08
4988 솔바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7 04-07
4987 김부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69 03-27
4986 김부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70 03-21
4985 김부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61 03-15
4984 김부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31 03-08
4983 김부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25 03-02
4982 김부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27 02-20
4981
담배/장승규 댓글+ 2
조니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06 02-18
4980 김부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76 02-06
4979 김부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19 01-30
4978 김부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54 01-23
4977 김부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83 01-16
4976 김부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72 01-09
4975 김부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27 01-02
4974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81 01-02
4973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85 12-31
4972 김부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73 12-26
4971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24 12-25
4970 김부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18 12-21
4969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65 12-20
4968 조니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15 12-19
4967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33 12-16
4966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58 12-13
4965 김부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52 12-12
4964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47 12-12
4963 김부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82 12-05
4962 강경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77 12-02
게시물 검색

 


  • 시와 그리움이 있는 마을
  • (07328) 서울시 영등포구 여의나루로 60 여의도우체국 사서함 645호
  • 관리자이메일 feelpoem@gmail.com
Copyright by FEELPOEM 2001.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