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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접옥(胡蝶獄) / 김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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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099회 작성일 19-02-04 00:04

본문

호접옥(胡蝶獄) / 김안

부끄러움도 없이 우는 사람들을 지나

우리가 남긴 국가의 찌꺼기를 지나

한눈에 보이는,

그러나 영영 닿지못하는 날개 사이의 거리를 가로질러

독단적인 평화와 평화의 내러티브를 지나

말 없는 이들만 덩그러니 남은

말 많은 이들의 무덤 위를

나란히 신발을 벗어 둔 병자처럼

지나

지나고 나서

나비는 이 싸구려 낭만주의와 함께

밥 먹듯 신을 바꾸던 나의 할머니와 함께

오시던가,

이윽고

딸과 함께 방 안에 나란히 앉아 방을 만들고 그 안에 또 다른 방을 만드는

저녁나절이면

최소한의 뼈로 버티고 있는 저 무수한 방들을 버리고

방 옆에 놓인 신발들마저 버리고

맨발로

이젠 아무런 종교도, 카타르시스도 없이

걷다가 미처버린 이처럼-

얼굴이 사라질 때까지 울고 있는 사람들 사이를

수천 개의 얼굴을 한 침묵 사이의 감옥을

빠져나가는

나비처럼

* 김안 : 1977년 서울 출생, 2004년 <현대시> 로 등단, 시집

             <오빠생각> 등 다수

< 감 상 >

​화자의 시는 중국 장자의 胡蝶夢 속의 나비의 행적을  패러디 해서

이런 저런 우리 人生事를 비유한듯 하다

장자의 호접몽에 의하면, 장자가 꿈에 나비가 되어 여러곳을 돌아다니다

어느 고목나무 밑에서 잠자고 있는 사람이 있어 가까이 가서 보니 장자

자신이 자고 있더라는 것, 깜짝 놀라 깨면서,

나비 꿈을 꾸고 있는 내가 나인가? 꿈 속에서 잠자고 있는 내가 나인가? 

人生은 無常하다는 유명한 이야기인데,

화자의 네러티브도 정조준점이 없고 행마다 자꾸 미끄러지는 것이 결국

人生無常이라는 虛無主義를 말하는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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