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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백의 일요일 / 이근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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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활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260회 작성일 19-02-17 1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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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백의 일요일

이근화



주말 저녁이었다
비를 피해 달렸고
신호등 앞이었는데
물벼락을 맞는 짧은 순간에
물은 손가락 같았다
고백하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사발에 담길 정도로 마음이 작아졌다

순한 눈망울을 가지고
남의 발목을 나의 발목처럼 어루만지다가
따귀를 맞더라도
썩 괜찮은 고백이었다고 말할 수 있을까
낙관적인 발목이니까
주말 저녁이니까
용서가 비교적 쉬울 것도 같다

아버지는 하이트 공장에 갔다
산악회 임원이었는데 장마가 졌다
믿지 못하겠다
맥주가 비처럼 쏟아졌다니
땅콩이 산을 이루고
모두가 산악회 회원으로서 열심이었다니
공장은 슬프다는 말 같다
주머니에 은근슬쩍 담아온 것들이
식탁 위에 수북이 쌓였다



이근화
1976년 서울 출생.
2004년 《현대문학》으로 등단.
시집 『칸트의 동물원』이 있음.


【감상】

 다 늦은 시간 비를 흠씬 맞으면 추워진다. 거리의 신호등은 쉬이 바뀔 줄 모른다. 무방비 속으로 빗물은 거침없이 흘러내리고 손가락도 흘러내리고, 마음은 소금비를 맞은 배춧잎처럼 저려질지도 모른다. 고작 한 사발에 담길 마음.

'남의 발목을 나의 발목처럼 어루만지다가'는 봉변을 당할 수도 있다. 고백이란 원래 나의 초라함이 일방적으로 너에게 건너가는 형식이니까, 고백이 묵사발이 될 수도 있으니까. 그런데 왜 발목을 어루만질까. 얼마나 걸었던 것일까. 빗속을...

공장에 나간 아버지는 일요일을 장맛비에 떠내려 보낸다. 산으로 갈 수 없으니 맥주를 마시고 땅콩을 깨물며 위하여, 위하여 헛말이 공허하게 부딪히는 휴식이다. 모두 노곤하고 빈곤한 모임의 회원이다. 아버지는 땅콩 몇 알을 주머니에 넣어왔을까. 은근슬쩍 가져올 수 있는 것은 휴일이 반납된 쓸쓸함일 것이다. 생활이 생을, 생이 생활을 낚아채는 날들 속에 우기가 있다. 젖은 마음이 있다.

ㅡ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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