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장鳥葬 /김선태 > 내가 읽은 시

본문 바로가기
사이트 내 전체검색
시마을 Youtube Channel

내가 읽은 시

  • HOME
  • 문학가 산책
  • 내가 읽은 시

    (운영자 : 네오)

 

소개하고 싶은 시에 간단한 감상평이나 느낌을 함께 올리는 코너입니다 (작품명/시인)

가급적 문예지에 발표된 등단작가의 위주로 올려주시기 바랍니다(자작시는 삼가바람) 

12편 이내 올려주시고, 특정인을 홍보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하는 것을 

조장鳥葬 /김선태

페이지 정보

작성자 profile_image 강북수유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908회 작성일 20-05-25 08:57

본문

조장鳥葬


김선태  

 

 

티벳트의 드넓은 평원에 가서
한 사십 대 여인의 조장을 지켜보았다.
라마승이 내장을 꺼내어 언저리에 뿌리자
수십 마리의 독수리들이 달려들더니 삽시에
머리카락과 앙상한 뼈만 남았다, 다시
쇠망치로 뼈를 잘게 부수어 밀보리와 반죽한 것을
독수리들이 깨끗이 먹어치웠다, 잠깐이었다.

 

포식한 독수리들이 하늘로 날아오르자
의식은 끝났다, 그렇게 여인은 허, 공에 묻혔다
독수리의 몸은 무덤이었다 여인의
영혼은 무거운 육신의 옷을 벗고
하늘로 돌아갔다, 독수리의 날개를 빌어 타고
처음으로 하늘을 훨훨 날 수 있었을 게다.

 

장례를 마치고 마을로 돌아가는 유족들은
울지 않았다, 침울하지도 않았다, 평온했다
대퇴골로 피리를 만들어 불던 스님의 표정도
시종 경건했다, 믿기지 않았다, 그들은
살아생전 못된 놈의 시신은 독수리들도
먹지 않는다고 했다, 그때 슬퍼한다고 했다.

 

언덕길을 내려오다 들꽃 한 송이를 보며
문득 죽은 여인을 떠올렸다, 그러고 보니
평원의 풀과 나무들도, 모래알도, 독수리도
그냥 있는 게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마을 어귀에는 꾀죄죄한 소년들이 어김없이
허리를 굽히며 간절하게 손을 내밀었다.
삶과 죽음이 이토록 가까웠다. 

 



―월간『현대시한』(2006년 4월호)


 

 --------------------- 
  유교적인 매장 풍습에 길들어진 우리의 시각으로 보면은 조장은 가히 엽기적이고 충격적이다. 그러나 이는 가치관에 길들어진 문화적 관점의 차이일 뿐이다. 아마 어느 티벳인이 우리의 산천을 거닐다가 둥굴게 된 무덤을 본다면 어떤 생각을 가질까. 영혼은 무거운 육신의 옷을 벗고 하늘로 돌아가기를 바라는 그들에게 우리가 가지고 있는 정서처럼 평온하고 아늑한 자리에서 망자가 편히 쉬고 있다고는 생각을 하지 않을 것이다.

 

  삶과 죽음이 자연론적으로 보면 순환하는 것이기는 하나 주검을 가장 처리하기 껄끄러운 것이 사람이다. 가령 두더지가 밭가는 농부의 삽날에 죽어서 버려졌다면 신진대사를 멈춘 주검은 이내 썩기 시작하고 냄새를 맡은 파리가 즉시 알을 슬어 놓는다. 파브르곤충기에 보면은 쉬파리는 알이 아니라 썩은 고기에 바로 애벌레를 낳는다고 하는데 이렇게 깨어난 파리의 애벌레는 주검을 녹여서 수프로 만들어 먹어버리고 일부는 흙이 빨아들여 새로운 생명과 식물이 자란다고 한다. 얼마나 깨끗한 주검인가.

 

  매장 대체 장례법으로 화장, 수목장, 화단장 등 환경친화적이고 생태학적인 장례법이 계속 개발이 되고 있고 관심을 끌고 있다고 한다. 생태학적 매장방법으로 특정한 진동을 이용하여 유기적인 가루로 만들어서 수목이나 꽃나무에 묻는 무취이고 위생적인 수목장이 스웨덴에서 개발되어 실시중이라고 한다.

 

  외국 어느 나라에서는 얼음처럼 만들어서 처리한다는 방법이 개발이 되었다고 하는데 티벳트의 조장 같은 장례풍습처럼 시신이라도 조상을 숭상하는 우리정서에는 어딘가 맞지 않는 것 같다. 하지만 매년 여의도 면적의 땅이 매장에 의해 잠식을 당한다고 하니 협소한 땅에 계속해서 늘어나는 무덤도 그다지 좋아 보이지를 않는다.
 

  삶과 죽음이 이원론적이 아니라 일원론적이라면 자연의 뭇 생명체처럼 아무런 흔적도 남기지 않고 자연스럽게 자연으로 돌아가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 아닐까. 그런 의미에서 돌을 깎아 세워놓은 부조물도 자연의 방해물은 아닐런지.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Total 5,011건 1 페이지
내가 읽은 시 목록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날짜
공지 조경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3912 07-07
5010 김부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3 04-26
5009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8 04-26
5008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5 04-26
5007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9 04-23
5006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3 04-23
5005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3 04-22
5004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1 04-21
5003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8 04-21
5002 김부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7 04-18
5001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9 04-17
5000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5 04-16
4999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7 04-16
4998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13 04-15
4997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2 04-11
4996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8 04-11
4995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5 04-10
4994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3 04-10
4993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9 04-10
4992 김부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2 04-10
4991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8 04-09
4990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0 04-09
4989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7 04-08
4988 솔바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7 04-07
4987 김부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70 03-27
4986 김부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71 03-21
4985 김부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61 03-15
4984 김부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31 03-08
4983 김부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25 03-02
4982 김부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27 02-20
4981
담배/장승규 댓글+ 2
조니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07 02-18
4980 김부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76 02-06
4979 김부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19 01-30
4978 김부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55 01-23
4977 김부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83 01-16
4976 김부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73 01-09
4975 김부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28 01-02
4974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82 01-02
4973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85 12-31
4972 김부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76 12-26
4971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25 12-25
4970 김부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19 12-21
4969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65 12-20
4968 조니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15 12-19
4967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33 12-16
4966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60 12-13
4965 김부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54 12-12
4964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48 12-12
4963 김부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83 12-05
4962 강경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77 12-02
게시물 검색

 


  • 시와 그리움이 있는 마을
  • (07328) 서울시 영등포구 여의나루로 60 여의도우체국 사서함 645호
  • 관리자이메일 feelpoem@gmail.com
Copyright by FEELPOEM 2001.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