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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하고 싶은 시에 간단한 감상평이나 느낌을 함께 올리는 코너입니다 (작품명/시인)

가급적 문예지에 발표된 등단작가의 위주로 올려주시기 바랍니다(자작시는 삼가바람) 

12편 이내 올려주시고, 특정인을 홍보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하는 것을 

정상 부근/이영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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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576회 작성일 21-01-06 18:53

본문

정상 부근 




이영광





눈 녹는 자리,

흰 눈보다 검은 흙이 더

선명하다

바탕색이다

아는 나무도 있고

모르는 나무는 셀 수도 없는

헐떡이는 산길을 올라

몸 없어 헤매는 바람 몇 점을 놓친다

휩쓸린 등뼈의 잡풀들,

제 한 몸 가누는 일로 평생을 나부껴온

헐벗은 자세들이 여기 서식한다

누구나 찾지만 모두가 버리는

폐허에서 보면,

수묵으로 저무는 영동 산간

내란 같은 발밑의 굴뚝 연기들, 그리고

짐승 꼬리처럼 숲으로 말려들어간 길

의혹 없는 생이 어디 있으랴만

사라진 길은 사라진 길이다

저 아찔한 내리막 도처에서

무수한 나무들이 꽃과 잎을 피워

다시 하릴없이 미쳐가도,

내가 아는 몇 그루는 꿈쩍도 않고

봄 깊은 날, 검게 그을린 채

끝내 발견되지 않을 것이다



- 시집 <그늘과 사귀다>에서, 2019 -





*  요즘 몇 안되는 고전적인 시풍을 가진 시인의 시다.

   나무, 꽃을 말하지만 시는 오히려 단단하다.

   의혹 없는 삶이 없듯 의혹 없는 시를 쓰기란 매우 어렵다.

   그러나 시인의 시는 언제나 선명하다.

   그래서 마음 놓고 읽는다, 일체의 의혹도 없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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