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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하고 싶은 시에 간단한 감상평이나 느낌을 함께 올리는 코너입니다 (작품명/시인)

가급적 문예지에 발표된 등단작가의 위주로 올려주시기 바랍니다(자작시는 삼가바람) 

12편 이내 올려주시고, 특정인을 홍보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하는 것을 

자화상/서정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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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689회 작성일 21-01-15 12:55

본문

 자화상 




 서정주 





 애비는 종이었다. 밤이 깊어도 오지 않었다. 

 파뿌리같이 늙은 할머니와 대추꽃이 한 주 서 있을 뿐이었다.

 어매는 달을 두고 풋살구가 꼭 하나만 먹고 싶다 하였으나...... 흙으로 바람벽한 호롱불 밑에

 손톱이 깜한 에미의 아들.

 갑오년이라든가 바다에 나가서는 돌아오지 않는다 하는 외할아버지의 숱 많은 머리털과

 그 크다란 눈이 나는 닮었다 한다.

 

 스물세 해 동안 나를 키운 건 팔할이 바람이다.

 세상은 가도 가도 부끄럽기만 하드라.

 어떤 이는 내 눈에서 죄인을 읽고 가고

 어떤 이는 내 입에서 천치를 읽고 가나

 나는 아무것도 뉘우치진 않을란다.


 찬란히 티워 오는 어느 아침에도 

 이마 우에 얹힌 시의 이슬에는

 몇 방울의 피가 언제나 섞여 있어

 볕이거나 그늘이거나 혓바닥 늘어트린 

 병든 숫개마냥 헐떡어리며 나는 왔다.



 - 시집 <화사집>에서, 1941 -





 * 전설의 시작이다.

   시는 실제 시인의 23세 되던 1937년에 씌어졌다.

   부끄러운 자신을 그대로 읊었다.

   시인의 음과 양은 우리 역사의 단면이기도 하다.

   그러나 시는 아름답다.

   모든 걸 차치하고서라도 시는 그저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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