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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운영자 : 네오)

 

소개하고 싶은 시에 간단한 감상평이나 느낌을 함께 올리는 코너입니다 (작품명/시인)

가급적 문예지에 발표된 등단작가의 위주로 올려주시기 바랍니다(자작시는 삼가바람) 

12편 이내 올려주시고, 특정인을 홍보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하는 것을 

육필 원고/문성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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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781회 작성일 21-01-24 19:34

본문

육필 원고 

 시인 L에게




문성해




그저께는 잡지사에서 보내달라는 육필 원고를

주머니에 꽂고 다니다 잃어버렸지요

남의 가게 쓰레기통을 뒤지고

낙엽들 사이를 헤집던 그날 밤

백지를 잘게 찢듯 눈이 내렸어요

눈을 안경에 맞고 숨결에 섞고 보니

그날 나는 시를 잃어버린 게 아니라

시가 내게서 나간 것임을 알았어요

내가 하얀 종이 위에 지문을 묻히며 쓴 것들이

어느 음식점 밑에서 구정물에 젖다가

비루먹은 개나 쥐새끼 코끝을 간질이다가

퉁퉁 불다가

조용히 퍼지다가 마침내 찢어지니

나는 시를 잡지사가 아닌 공중으로 돌려보낸 거라는 거

그날 밤 까칠한 내 얼굴 위로

자꾸만 신발을 벗어놓던 그 눈발도

해진 주머니를 빠져나온

누군가의 졸시였단 생각을 자꾸만 하게 되는 거였어요



- 시집 <입술을 건너간 이름>에서, 2012 -




* 시인의 특기는 실생활에서 섬세하게 시를 끄집어내는 것이란 생각이 든다.

 잃어버린 시조차도 시가 되는 시인의 감성은 눈처럼 내게도 쏟아진다.

 그러니깐 시인의 시를 읽는 건 마치 누군가의 일기장에 적힌 사람다움이 넘치는, 

 추억들을 하나 둘 꺼내보는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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