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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하고 싶은 시에 간단한 감상평이나 느낌을 함께 올리는 코너입니다 (작품명/시인)

가급적 문예지에 발표된 등단작가의 위주로 올려주시기 바랍니다(자작시는 삼가바람) 

12편 이내 올려주시고, 특정인을 홍보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하는 것을 

맑은 날/김선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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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723회 작성일 21-02-13 1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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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 날 





김선우






동사무소를 지나다 보았다

다리가 주저앉고 서랍이 떨어져나간 장롱


누군가 측은한 눈길 보내기도 했겠지만

적당한 균형을 지키는 것이

갑절의 굴욕이었을지 모른다


물림쇠가 녹슬고

문짝에서 먼지가 한움큼씩 떨어질 때

흔쾌한 마음으로 장롱은 노래했으리

오대산의 나무는

오대산 햇살 속으로 돌아가네 잠시 내 살이었던 

못들은 광맥의 어둠으로 돌아가네 잠시 내 뼈였던


저의 중심에 무엇이든 붙박고자 하는

중력의 욕망을 배반한 것들은 아름답다

솟구쳐 쪼개지며 다리를 꺽는 순간

비로소 사랑을 완성하는 때

돌팔매질당할 사랑을 꿈꾸어도 좋은 때


죽기 좋은 맑은 날

쓰레기 수거증이 붙어 있는

환하고 뜨거운 심장을 보았다



- 시집 <내 혀가 입속에 갇혀 있길 거부한다면>에서, 2000 -







 * 사랑하기 좋은 날, 무엇보다 죽기 좋은 날은

   내 오랜 것들을 햇살과 광맥에게로 돌려주는 그 때.

   영화보다 먼저 시인이 사용한 그 말, 거 참 죽기 좋은 날이구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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