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밍웨이를 꿈꾸며/마종기 > 내가 읽은 시

본문 바로가기
사이트 내 전체검색
시마을 Youtube Channel

내가 읽은 시

  • HOME
  • 문학가 산책
  • 내가 읽은 시

    (운영자 : 네오)

 

소개하고 싶은 시에 간단한 감상평이나 느낌을 함께 올리는 코너입니다 (작품명/시인)

가급적 문예지에 발표된 등단작가의 위주로 올려주시기 바랍니다(자작시는 삼가바람) 

12편 이내 올려주시고, 특정인을 홍보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하는 것을 

헤밍웨이를 꿈꾸며/마종기

페이지 정보

작성자 profile_image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715회 작성일 21-04-15 09:26

본문

 헤밍웨이를 꿈꾸며 






 마종기 







 그랬지. 나는 늘 떠나고 싶었다. 가난도 무질서도 싫었고 무리지어 고함치는 획일성도 싫었다. 떠나고 또 떠나다 보니 여기에 서 있다. 낡고 빈 바닷가, 잡음의 파도 소리를 보내고 산티아고 노인을 기다리고 싶다. 남은 생명을 한 판에 다 걸고 집채만한 고기를 잡았던 헤밍웨이의 어부를 만나고 싶다. 그 쿠바 나라 노인은 나를 기다리며 감추어둔 회심의 미소를 그때 보여줄 것이다. 해변에 눕는다. 해변이 천천히 그림자를 옮기면서 나를 치며 가라고 할 때까지 계획 없이 떠다니던 내 생을 후회하지 않겠다. 내가 무리를 떠나온 것은 비열해서가 아니었다고 말할 수 있다. 그래, 아직도 말할 수 있다. 노을이 키웨스트 해변에 피를 흘리고 흘려 모든 바다가 다시 무서워질 때까지, 그리고 그 바다의 자식들이 몰려나와 신나는 한 판 춤을 즐길 때까지.


 마흔두 개의 섬을 연결한 마흔두 개의 다리를 건너며 차를 달려 네 시간 만에 도착한 섬, 어느 다리는 길이가 30리 정도까지 되어 가늘게 흔들리며 망망 바다에 떠 있어 어지러웠지만, 헤밍웨이는 야자수밖에 없는 그 마지막 섬에 프랑스 미녀를 데려와 넷째 부인으로 살림을 차리고 말술을 마셨다. 그 중간에는 사람 열 배 크기의 상어를 잡고 거대 다랑어를 잡고 아프리카에 가서는 사자와 표범과 코뿔소를 피투성이로 죽이고 종국에는 그 총으로 더 늙기 전에 미리 죽어버린 남자. 그가 쓴 통 크고 시야 넓은 은유의 글을 읽다가 나도 통 큰 시를 꿈꾸며 모든 의심과 열등감을 밟고 방을 뛰쳐나온다. 갈 곳은 없지만 눈을 크게 뜨고 아직은 갈기 사나운 수사자를 꿈꾸며, 가슴을 펴고 바다같이 넓은 시를 꿈꾸며, 다시 한번 키웨스트의 헤밍웨이를 꿈꾸며.



 - 시집 <마흔 두 개의 초록>에서, 2015 -










 * 어쩌면 헤밍웨이와 시인의 삶은 전혀 다른 공간, 다른 색깔이라 할 것인데,

   시인은 헤밍웨이를 떠올리며 수사자의 삶과 바다같이 넓은 시를 꿈꾼다.

   삶의 구체성은 다르지만 삶의 결은 같다는 것이다.

   분명 장단점을 가진 헤밍웨이의 삶에서 시인은 그 뜨거움만을 접붙이고 있다.

   황혼의 뜨거운 시절을 보내고 있는 노시인의 꿈에 응원을 보내고 싶다.

   나도 시인처럼, 헤밍웨이의 그 어부처럼 늙어갈 것을 꿈꾸며.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Total 5,011건 1 페이지
내가 읽은 시 목록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날짜
공지 조경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3913 07-07
5010 김부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4 04-26
5009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9 04-26
5008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6 04-26
5007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9 04-23
5006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3 04-23
5005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3 04-22
5004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2 04-21
5003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8 04-21
5002 김부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7 04-18
5001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9 04-17
5000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5 04-16
4999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7 04-16
4998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13 04-15
4997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2 04-11
4996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8 04-11
4995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5 04-10
4994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3 04-10
4993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9 04-10
4992 김부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3 04-10
4991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8 04-09
4990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0 04-09
4989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7 04-08
4988 솔바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8 04-07
4987 김부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71 03-27
4986 김부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72 03-21
4985 김부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61 03-15
4984 김부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31 03-08
4983 김부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26 03-02
4982 김부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27 02-20
4981
담배/장승규 댓글+ 2
조니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07 02-18
4980 김부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76 02-06
4979 김부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19 01-30
4978 김부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55 01-23
4977 김부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83 01-16
4976 김부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73 01-09
4975 김부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28 01-02
4974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82 01-02
4973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85 12-31
4972 김부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76 12-26
4971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25 12-25
4970 김부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19 12-21
4969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65 12-20
4968 조니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16 12-19
4967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33 12-16
4966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60 12-13
4965 김부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54 12-12
4964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48 12-12
4963 김부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84 12-05
4962 강경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78 12-02
게시물 검색

 


  • 시와 그리움이 있는 마을
  • (07328) 서울시 영등포구 여의나루로 60 여의도우체국 사서함 645호
  • 관리자이메일 feelpoem@gmail.com
Copyright by FEELPOEM 2001.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