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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살과 저녁/박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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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680회 작성일 21-04-17 08:45

본문

화살과 저녁 






박연준







모든 것에 실패하고 싶다


동그란 빛에 들어 자는 일

삼각형으로 생각을 세우고

그림자와 빛의 이별에 관여하는 일

목소리로 빛의 무늬를 희석하는 일


발끝으로 세상을 걸으면

발가락이 가장 빨리 낡을까


민들레, 개암나무, 피자두는

내 이름을 모르겠지

나는 그들의 이름을 안다고 생각하며

실패로 이루어진 화관을 만들어야겠다


나중에 


죽은 사람들에게 씌워줘야지


나중에


죽었던 사람들이 들고 있겠지


저녁에 오는 생각들은

실패에 엉기는, 실패(失敗)들일까



- 시집 <베누스 푸디카>에서, 2017 -











* 실패에 엉기는 실은 분명, 일단은 실패한 것들이다.

  그러나 그것들을 잘 풀기만 한다면 실패는 성공으로 바뀌어,

  저녁에 오는 생각들은,

  성공으로 이루어진 화관이 될 것인저.

  그러니 시여, 발끝으로라도 세상을 걷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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