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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하고 싶은 시에 간단한 감상평이나 느낌을 함께 올리는 코너입니다 (작품명/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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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편 이내 올려주시고, 특정인을 홍보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하는 것을 

삼중당 문고/장정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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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663회 작성일 21-05-01 1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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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중당 문고 





  장정일 





 열다섯 살,

 하면 금세 떠오르는 삼중당 문고

 150원 했던 삼중당 문고

 수업시간에 선생님 몰래, 두터운 교과서 사이에 끼워 읽었던 삼중당 문고

 특히 수학시간마다 꺼내 읽은 아슬한 삼중당 문고

 위장병에 걸려 1년간 휴학할 때 암포젤 엠을 먹으며 읽은 삼중당 문고

 개미가 사과껍질에 들러붙듯 천천히 핥아먹은 삼중당 문고

 간행목록표에 붉은 연필로 읽은 것과 읽지 않은 것을 표시했던 삼중당 문고

 경제개발 몇 개년 식으로 읽어간 삼중당 문고

 급우들이 신기해 하는 것을 으쓱거리며 읽었던 삼중당 문고

 표지에 현대미술 작품을 많이 사용한 삼중당 문고

 깨알같이 작은 활자의 삼중당 문고

 검은 중학교 교복 호주머니에 꼭 들어맞던 삼중당 문고

 쉬는 시간에 10분마다 속독으로 읽어 내려간 삼중당 문고

 방학중에 쌓아놓고 읽었던 삼중당 문고

 일주일에 세 번 여호와의 증인 집회에 다니며 읽은 삼중당 문고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지 않는다고 교장실에 불리어가, 퇴학시키겠다던 엄포를 듣고 와서 펼친 삼중당 문고

 교련문제로 고등학교 진학을 포기했을 때 곁에 있던 삼중당 문고

 건달이 되어 밤늦게 술에 취해 들어와 쓰다듬던 삼중당 문고

 용돈을 가지고 대구에 갈 때마다 무더기로 사 온 삼중당 문고

 책장에 빼곡히 꽂힌 삼중당 문고

 싸움질을 하고 피에 묻은 칼을 씻고 나서 뛰는 가슴으로 읽은 삼중당 문고

 처음 파출소에 갔다왔을 때 모두 불태우겠다고 어머니가 마당에 팽개친 삼중당 문고

 흙 묻은 채로 등산배낭에 처넣어 친구집에 숨겨둔 삼중당 문고

 소년원에 수감되어 다 읽지 못한 채 두고 온 때문에 안타까웠던 삼중당 문고

 어머니께 차입해 달래서 읽은 삼중당 문고

 고참들의 눈치보며 읽은 삼중당 문고

 빧다 맞은 엉덩이를 어루만지며 읽은 삼중당 문고

 소년원 문을 나서며 옆구리에 수북이 끼고 나온 삼중당 문고

 머리칼이 길어질 때까지 골방에 틀어박혀 읽은 삼중당 문고

 삼성전자에 일하며 읽은 삼중당 문고

 문흥서림에 일하며 읽은 삼중당 문고

 레코드점 차려놓고 사장이 되어 읽은 삼중당 문고

 고등학교 검정고시 학원에 다니며 읽은 삼중당 문고

 고시공부 때려치우고 읽은 삼중당 문고

 시 공부를 하면서 읽은 삼중당 문고

 데뷔하고 읽은 삼중당 문고

 시영물물교환센터에 일하며 읽은 삼중당 문고

 박기영 형과 2인 시집을 내고 읽은 삼중당 문고

 계대 불문과 용숙이와 연애하며 잊지 않은 삼중당 문고

 쫄랑쫄랑 그녀의 강의실로 쫓아다니며 읽은 삼중당 문고

 여관 가서 읽은 삼중당 문고

 아침에 여관에서 나와 짜장면집 식탁 위에 올려 앉던 삼중당 문고

 앞산 공원 무궁화 휴게실에 일하며 읽은 삼중당 문고

 파란만장한 삼중당 문고

 너무 오래되어 곰팡내를 풍기는 삼중당 문고

 어느덧 이 작은 책은 이스트를 넣은 빵같이 커다랗게 부풀어 알 수 없는 것이 되었네

 집채만해진 삼중당 문고

 공룡같이 기괴한 삼중당 문고

 우주같이 신비로운 삼중당 문고

 그러다 나 죽으면

 시커먼 뱃대기 속에 든 바람 모두 빠져나가고

 졸아드는 풍선같이 작아져

 삼중당 문고만한 관 속에 들어가

 붉은 흙 뒤집어쓰고 평안한 무덤이 되겠지



 - 시집 <길안에서의 택시잡기>에서, 1988 -










 * 그 시절 내게도 삼중당 문고와 마당 문고라는 서민적인 저렴한 가격의 책들이 있었다.

   가지고 다니기도 편하고, 은폐엄폐는 더욱 용이한 책들이었다.

   나는 시인의 다소 불편한 생활과 사상에는 끼어들고 싶지 않았으나 

   이 시를 읽으며 생활에서 나온 진짜 시라는 데는 공감했다.

   그러나 파란만장한 삶도 언젠가 무덤이라는 평등한 공간에 놓이게 된다는 것.

   생각하면, 어머니가 주신 차비를 아껴가며 사 읽었던 그 시절이 그립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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