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백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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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
백석
가난한 내가
아름다운 나타샤를 사랑해서
오늘 밤은 푹푹 눈이 내린다
나타샤를 사랑은 하고
눈은 푹푹 날리고
나는 혼자 쓸쓸히 앉아 소주를 마신다
소주를 마시며 생각한다
나타샤와 나는
눈이 푹푹 쌓이는 밤 흰 당나귀 타고
산골로 가자 출출이 우는 깊은 산골로 가 마가리에 살자
눈은 푹푹 내리고
나는 나타샤를 생각하고
나타샤가 아니 올 리 없다
언제 벌써 내 속에 고조곤히 와 이야기한다
산골로 가는 것은 세상한테 지는 것이 아니다
세상 같은 건 더러워 버리는 것이다
눈은 푹푹 내리고
아름다운 나타샤는 나를 사랑하고
어데서 흰 당나귀도 오늘밤이 좋아서 응앙응앙 울을 것이다
- 시집 <사슴>에서, 1936 -
* 오래되었으나 여전히 세련된 아름다움을 풍기는 시다.
아직도 나타샤와 시인은 산골 오막살이를 잘 하고 있는지,
세상을 어떻게 보고 있는지 궁금하다.
또 어쩌면 이런 시를 쓸 수 있는지도 궁금하다.
아마도 우리 시의 역사가 계속되는 한 두고두고 기억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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