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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 같은 가을이/최승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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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798회 작성일 21-05-12 18:38

본문

개 같은 가을이 





최승자 






개 같은 가을이 쳐들어온다.

매독 같은 가을.

그리고 죽음은, 황혼 그 마비된

한쪽 다리에 찾아온다.


모든 사물이 습기를 잃고

모든 길들의 경계선이 문드러진다.


레코드에 담긴 옛 가수의 목소리가 시들고

여보세요 죽선이 아니니 죽선이지 죽선아

전화선이 허공에서 수신인을 잃고

한번 떠나간 애인들은 꿈에도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그리고 그리고 괴어 있는 기억의 廢水가

한없이 말 오줌 냄새를 풍기는 세월의 봉놋방에서

나는 부시시 죽었다 깨어난 목소리로 묻는다.

어디만큼 왔나 어디까지 가야

강물은 바다가 될 수 있을까.



- 시집 <이 시대의 사랑>에서, 1981 -












* 시인의 시들을 읽으면 숨이 찬다.

  허무에 찬 그녀의 시어들은 거칠 게 없어 보인다.

  그렇게 한 시대를 풍미했던 시인은, 그러나

  가족도 없이, 집도 없이 기초생활수급자로 살고 있다.

  시인이 강물로서 흘러온 삶이 종내 바다에 닿기를 바래본다.

  그러나 확실한 건 

  가난에서 허무에서 퍼올렸던 그녀의 시들은 지금도 

  역설의 칼날처럼 번뜩이고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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