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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비를 읽는 법/박지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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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717회 작성일 21-05-15 12:40

본문

나비를 읽는 법 





박지웅






나비는 꽃이 쓴 글씨

꽃이 꽃에게 보내는 쪽지

나풀나풀 떨어지는 듯 떠오르는

아슬한 탈선의 필적

저 활자는 단 한 줄인데

나는 번번이 놓쳐버려

처음부터 읽고 다시 읽고

나비를 정독한다, 문득

문법 밖에서 율동하는 필체

나비는 아름다운 비문임을 깨닫는다

울퉁불퉁하게 때로는 결 없이

다듬다가 공중에서 지워지는 글씨

나비를 천천히 펴서 읽고 접을 때

수줍게 돋는 푸른 동사들

나비는 꽃이 읽는 글씨

육필의 경치를 기웃거릴 때

바람이 훔쳐가는 글씨



- 시집 <구름과 집 사이를 걸었다>에서, 2012 -












 * 오늘처럼 는개인지, 보슬비인지 애매한 가는 비 나리는 날엔

  좋은 시집을 읽는 것보다 더한 즐거움은 없으리라.

  집 밖 푸른 숲을 못 보고, 팔랑대는 나비 못 보지만

  좋은 시를 읽으며 나비의 문장에 취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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