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원/김기택 > 내가 읽은 시

본문 바로가기
사이트 내 전체검색
시마을 Youtube Channel

내가 읽은 시

  • HOME
  • 문학가 산책
  • 내가 읽은 시

    (운영자 : 네오)

 

소개하고 싶은 시에 간단한 감상평이나 느낌을 함께 올리는 코너입니다 (작품명/시인)

가급적 문예지에 발표된 등단작가의 위주로 올려주시기 바랍니다(자작시는 삼가바람) 

12편 이내 올려주시고, 특정인을 홍보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하는 것을 

사무원/김기택

페이지 정보

작성자 profile_image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428회 작성일 21-05-27 19:26

본문

 사무원 





 김기택






 이른 아침 6시부터 밤 10시까지 하루도 빠짐없이

 그는 의자 고행을 했다고 한다.

 제일 먼저 출근하여 제일 늦게 퇴근할 때까지

 그는 자기 책상 자기 의자에만 앉아 있었으므로

 사람들은 그가 서 있는 모습을 여간해서는 볼 수 없었다고 한다.

 점심시간에도 의자에 단단히 붙박여

 보리밥과 김치가 든 도시락으로 공양을 마쳤다고 한다.

 그가 화장실 가는 것을 처음으로 목격했다는 사람에 의하면

 놀랍게도 그의 다리는 의자가 직립한 것처럼 보였다고 한다.

 그는 하루종일 損益管理臺帳經(손익관리대장경) 資金收支心經(자금수지심경) 속의 숫자를 읊으며

 철저히 고행업무 속에만 은둔하였다고 한다.

 종소리 북소리 목탁소리로 전화벨이 울리면

 수화기에다 자금현황 매출원가 영업이익 재고자산 부실채권 등등을

 청아하고 구성지게 염불했다고 한다.

 끝없는 수행정진으로 머리는 점점 빠지고 배는 부풀고

 커다란 머리와 몸집에 비해 팔다리는 턱없이 가늘어졌으며

 오랜 음지의 수행으로 얼굴은 창백해졌지만

 그는 매일 상사에게 굽실굽실 108배를 올렸다고 한다.

 수행에 너무 지극하게 정진한 나머지

 전화를 걸다가 전화기 버튼 대신 계산기를 누르기도 했으며

 귀가하다가 지하철 개찰구에 승차권 대신 열쇠를 밀어 넣었다고도 한다.

 이미 습관이 모든 행동과 사고를 대신할 만큼 깊은 경지에 들어갔으므로

 사람들은 그를 '30년간의 長座不立(장좌불립)'이라고 불렀다고 한다.

 그리 부르든 말든 그는 전혀 상관치 않고 묵언으로 일관했으며

 다만 혹독하다면 혹독할 이 수행을

 외부압력에 의해 끝까지 마치지 못할까 두려워했다고 한다.

 그나마 지금껏 매달릴 수 있다는 것을 큰 행운으로 여겼다고 한다.

 그의 통장으로는 매달 적은 대로 시주가 들어왔고

 시주는 채워지기 무섭게 속가의 살림에 흔적없이 스며들었으나

 혹시 남는지 역시 모자라는지 한번도 거들떠보지 않았다고 한다.

 오로지 의자 고행에만 더욱 용맹전진했다고 한다.

 그의 책상 아래에는 여전히 다리가 여섯이었고

 둘은 그의 다리 넷은 의자다리였지만

 어느 둘이 그의 다리였는지는 알 수 없었다고 한다.



  - 시집 <사무원>에서, 1999 -










  * 시인은 오랫동안 직업인, 도시인, 생활인으로서의 도회적인 시를 써 왔다.

   이 시는 그 점입가경에 해당하는 작품이다.

   요즘 말로 '웃픈' 직업인의 생활을 풍자했다.

   시인은 짧은 호흡의 문장으로 긴 시를 완성한다.

   소설로 치면 어네스트 헤밍웨이의 문체와 닮았다.

   쓸 데 없는 수식어를 최대한 걸러내고 사무 문서 작성하듯 시를 그려낸다.

   그렇게 딱딱한 듯 메마른 듯한 문체를 읽다보면

   어느새 아름다운 플라타너스 같은 푸르고 풍성한 시인의 시 세계로 들어가게 된다.

   그런데, 이렇게 쓰기가 어렵다.

   멋모르고 흉내내다간 망하기 십상이다.

   헤밍웨이를 흉내내기가 어렵듯이.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Total 5,011건 1 페이지
내가 읽은 시 목록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날짜
공지 조경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3913 07-07
5010 김부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4 04-26
5009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9 04-26
5008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6 04-26
5007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9 04-23
5006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3 04-23
5005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3 04-22
5004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2 04-21
5003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8 04-21
5002 김부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7 04-18
5001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9 04-17
5000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5 04-16
4999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7 04-16
4998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13 04-15
4997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2 04-11
4996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8 04-11
4995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5 04-10
4994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3 04-10
4993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9 04-10
4992 김부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3 04-10
4991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8 04-09
4990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0 04-09
4989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7 04-08
4988 솔바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8 04-07
4987 김부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71 03-27
4986 김부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72 03-21
4985 김부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61 03-15
4984 김부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31 03-08
4983 김부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26 03-02
4982 김부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27 02-20
4981
담배/장승규 댓글+ 2
조니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07 02-18
4980 김부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76 02-06
4979 김부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19 01-30
4978 김부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55 01-23
4977 김부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83 01-16
4976 김부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73 01-09
4975 김부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28 01-02
4974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82 01-02
4973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85 12-31
4972 김부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76 12-26
4971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25 12-25
4970 김부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19 12-21
4969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65 12-20
4968 조니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16 12-19
4967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33 12-16
4966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60 12-13
4965 김부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54 12-12
4964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48 12-12
4963 김부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84 12-05
4962 강경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78 12-02
게시물 검색

 


  • 시와 그리움이 있는 마을
  • (07328) 서울시 영등포구 여의나루로 60 여의도우체국 사서함 645호
  • 관리자이메일 feelpoem@gmail.com
Copyright by FEELPOEM 2001.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