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이홍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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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
이홍섭
아이가
힘겹게 뒤집기를 시작하면서
이 철없는 세상을 용서하기로 했다
마흔 넘어 찾아온 아이가
외로 자기 시작하면서
이 외로운 세상을 용서하기로 했다
바람에 뒤집히는 감잎 한 장
엉덩이를 치켜들고 전진하는 애벌레 한 마리도
여기 이 세상의 어여쁜 주인이시다
힘겹고, 외로워도
가야 하는 세상이 저기 있다
- 시집 <터미널>에서, 2011 -
* 가끔 복잡한 상징과 해석에 머리를 싸매야 하는 시를 멀리하고,
이렇게 단순하면서도 명징한 뜻을 가슴에 새겨주는 시를 가까이 하고 싶을 때가 있다.
아이의 뒤집기, 외로 자는 모습, 감잎 한 장, 애벌레 하나가
어려운 시보다 위대하므로, 아니 그들이 시의 주인이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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