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수/이재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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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수
이재무
늦은 점심으로 밀국수를 삶는다
펄펄 끓는 물속에서
소면은 일직선의 각진 표정을 풀고
척척 늘어져 낭창낭창 살가운 것이
신혼적 아내의 살결 같구나
한결 부드럽고 연해진 몸에
동그랗게 몸 포개고 있는
결연의 저, 하얀 순결들!
엉키지 않도록 휘휘 젓는다
면발 담긴 멸치국물에 갖은 양념을 넣고
코밑 거뭇해진 아들과 겸상을 한다
친정 간 아내 지금쯤 화가 어지간히는 풀렸으리라
- 시집 <저녁 6시>에서, 2007 -
* 그냥 평범한 일상을 적은 시다.
별 어려운 문장이나 상징도 없다.
다만 뭔 일인진 모르나 아내가 화가 나서 친정에 가버린 모양이다.
그래서 아들과 국수 끓여 먹는다는 말이다.
그게 전부다.
정확하게 표현하면, 시는 일상이고, 일상은 시라는 말을 시인은 하고 있다.
그런데 시를 읽노라면 마음에게로 흐뭇하게 미소가 건너오는 건,
시인의 마음이 꾸밈없이 시에 녹아있기 때문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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