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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하고 싶은 시에 간단한 감상평이나 느낌을 함께 올리는 코너입니다 (작품명/시인)

가급적 문예지에 발표된 등단작가의 위주로 올려주시기 바랍니다(자작시는 삼가바람) 

12편 이내 올려주시고, 특정인을 홍보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하는 것을 

점등/이은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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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626회 작성일 21-08-19 17:26

본문

  점등(點燈) 




  이은규




  책장을 넘기는데 팟, 하고 전구가 나갔어요 밝기의 단위를 1룩스라고 할 때 어둠의 질문, 당신의 밝기는 몇 룩스입니까 탐미적인 어느 소설가는 소셜리즘이 수많은 밤을 소모시킨다고 불평했어요 그토록 와일드한 오스카 이야기, 안타깝지만 그는 빈궁을 벗 삼아 죽어갔어요 뜻밖에도 오늘의 밑줄은 성서의 한 구절, 보이는 것을 바라는 것은 희망이 아니다


  우리가 혁명의 스위치를 올리는 순간, 세상이 점등될 거라 선언해요


  때로 이상한 열기에 전구 내벽이 까맣게 그을리기도 할 거예요 어둠의 공기를 마신 시인의 폐벽(肺壁)처럼, 그럴 때 필라멘트는 일종의 저항선으로 떨려요 가는 필라멘트 같은 희망으로 아침을 켤 수 있을지 귀 기울여요 고백하자면 세상을 글로 배웠습니다 책 속에 길이 있다면, 오늘의 밝기는 몇 룩스입니까


  - 시집 <다정한 호칭>에서, 2012 -





- 결국, 삶은 그 밝기를 얼마나 더 밝게 만드는가에 존망이 달렸다.

  오스카 와일드의 파란만장한 삶도 병과 가난 속에 저물어갔다.

  물론, 살다 보면 그에게 뿐만 아니라 우리 모두에게도 절망이 드리우곤 한다.

  일상에서 우리는 주위가 어두우면 당연한 듯 불을 켠다,

  마찬가지로 내 마음이 먹물보다 더 어두워질 그 때도, 

  나에게 마지막 남은 스위치, 보이지 않는 그것, 곧 등불 같은 희망을 켜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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