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 깨었을 때 - 최원규 > 내가 읽은 시

본문 바로가기
사이트 내 전체검색
시마을 Youtube Channel

내가 읽은 시

  • HOME
  • 문학가 산책
  • 내가 읽은 시

    (운영자 : 네오)

 

소개하고 싶은 시에 간단한 감상평이나 느낌을 함께 올리는 코너입니다 (작품명/시인)

가급적 문예지에 발표된 등단작가의 위주로 올려주시기 바랍니다(자작시는 삼가바람) 

12편 이내 올려주시고, 특정인을 홍보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하는 것을 

잠 깨었을 때 - 최원규

페이지 정보

작성자 profile_image 선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542회 작성일 21-10-31 11:13

본문

잠 깨었을 때 / 최원규 지난 여름 강의가 끝나고 계단을 내려서려는 그때 잠깐 동안 현깃증이 지나가고 뜻밖에 아주 뜻밖에 우물 속에 갇힌 달 너의 모습을 본다 이십년이나 아니 한 삼십년 전쯤 내가 소년이던 그때 저녁비가 내리고 무너진 하늘 아래 비 속으로 사라지는 새들의 푸득이는 날개소리를 멀리 뒤에 둔 채 아슴히 걸린 무지개 그 너머 너의 모습을 본다 여름날 모래밭 내려 쪼이는 불씨 꿈은 알알이 타고 입술에 파인 그늘 번져오는 웃음 햇빛을 끌어 당기면 여름 과원에서 잘 익은 배나 자두 하나씩 주워 떠있는 낮달에 걸면 살과 뼈를 돌아 가르는 잠 속에서 눈뜨고 황홀히 타오르는 노을 그 속에서 너의 모습을 본다 아름다워라 동글동글한 것 풀잎과 풀잎 바람과 바람 그런 것들처럼 여울과 여울 꽃과 꽃 그런 것들처럼 피어오르는 아지랑이와 아지랑이 그런 것들처럼 너의 모습을 본다 배를 만지는 것은 싫더라 안아 올리는 것은 싫더라 너의 머리결은 잠들고 맑고 더운 너의 살에서 풍기는 새벽숲의 내음 뿌리에서부터 젖어오는 들판의 햇빛 그 선율 흩어진 여름의 잎새들 너의 혀 속에 포개어 질 때 아름다워라 죽음처럼 고요한 잠 뜨거운 고뇌의 쇳덩이가 녹아 흐르고 꽃잎은 재가 되어 뼈 속의 성애로 남을 때 너의 모습을 본다 아스란히 먼 산빛이 되어 넘어갈 번개 작약꽃은 햇살을 어루만지고 뼈는 뼈끼리 살은 살끼리 서러운 모습으로 잠들고 있을 때 너의 모습을 본다 꽃은 술로 익어 타오르고 잎은 흔들려 바람에 취하고 날개는 꿈밭을 날아 하늘로 하늘로 솟구칠 때 너의 모습을 본다 너의 속에 네가 갇혀있을 때 나의 속에 네가 갇혀 있을 때 겨울 소나기는 번개처럼 지나가고 너의 눈썹은 꽃잎속에 파묻혀 뜻밖에 아주 뜻밖에 우물 속에 갇힌 달 너의 모습을 본다 崔元圭 시인 . 충남대 교수 역임 1961 <<자유문학>>에 詩 <나목>이 당선 1978 <<한국근대시론>> 출간 -------------------------- <감상 & 생각> 꽤나 긴, 장시(長詩)이다 그러면서도 지루하지 않다 특별히 난해한 시어를 깔아둔 것도 아닌데, 군데 군데 등장하는 <너>가 선뜻 동일한 주체로 이해되지 않는다 시인 자신을 말함일까, 아니면 시인을 돌아보게 하는 그 어떤 대상(對象)일까 하긴 詩감상이 뭐, 시험지의 단일(單一)한 답안지가 아닌 이상에 詩에 대한 느낌과 해석은 독자마다 다양하겠으나, 아무튼 삶이라는(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한 바탕의 고단한 꿈에서 안식(安息)의 은총처럼 문득 깨어났을 때, 궁극적으로 도달하고픈 그 어떤 구원의 세계를 말하고 있는 거 같다 생각하면, 生의 경험이란 건 삶의 시발점인 탄생과 종착점인 죽음을 지나 (죽음 이후의) 또 다른 生으로 이어지는 순환이기도 할진데, 그 같은 순환적 원형(圓形)에서 벗어난 피안(彼岸)의 세계를 그리고 있는 건 아닐지 이를 섣불리 불가의 깨달음 류(類)에 연결할 필요까진 없겠으나, 詩 전체를 관류하는 자각과 자아의 발견 혹은, 구원에의 지향(指向)은 그런 걸 말하는 것도 같고 어쨌던 나 역시 그 어느 날, 인생이란 고단한 잠을 깨었을 때 우주의 모든 빛깔은 슬프도록 황홀하다고 말하고 싶어진다 비록, 낡은 영혼에 누더기 같은 업(業)만 잔뜩 걸치고 있더라도... - 선돌,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Total 5,030건 1 페이지
내가 읽은 시 목록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날짜
공지 조경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3923 07-07
5029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0 05-06
5028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6 05-06
5027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5 05-06
5026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5 05-05
5025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2 05-05
5024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2 05-05
5023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6 05-04
5022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7 05-04
5021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4 05-04
5020 김부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6 05-04
5019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1 05-03
5018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1 05-03
5017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3 05-03
5016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6 05-03
5015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0 05-03
5014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5 05-02
5013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7 05-01
5012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8 05-01
5011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8 05-01
5010 김부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7 04-26
5009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3 04-26
5008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0 04-26
5007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5 04-23
5006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2 04-23
5005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4 04-22
5004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4 04-21
5003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2 04-21
5002 김부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7 04-18
5001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8 04-17
5000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6 04-16
4999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0 04-16
4998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8 04-15
4997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2 04-11
4996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3 04-11
4995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7 04-10
4994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2 04-10
4993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1 04-10
4992 김부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5 04-10
4991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7 04-09
4990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1 04-09
4989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5 04-08
4988 솔바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7 04-07
4987 김부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73 03-27
4986 김부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84 03-21
4985 김부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68 03-15
4984 김부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40 03-08
4983 김부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36 03-02
4982 김부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40 02-20
4981
담배/장승규 댓글+ 2
조니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18 02-18
게시물 검색

 


  • 시와 그리움이 있는 마을
  • (07328) 서울시 영등포구 여의나루로 60 여의도우체국 사서함 645호
  • 관리자이메일 feelpoem@gmail.com
Copyright by FEELPOEM 2001.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