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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얼굴은 어떤 근원의 한 가지일까/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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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689회 작성일 21-11-20 12:16

본문

  우리 얼굴은 어떤 근원의 한 가지일까 




  김현





  가지를 보면

  가지의 기쁨보다

  가지의 슬픔을 먼저 만지게 된다


  당신은 가지를 좋아하고

  나는 가지를 좋아하지 않는다


  삶은 이렇게 단순하다


  가지는 그런 색으로

  흔들리고 있다

  꽃도 없고 잎도 없이

  어둠이 깊숙하다


  당신은 물컹거리는 저녁의 식감을 입에 대고

  나는 가지에서 떨어진 것들을 저녁에 보고 싶다


  삶은 이렇게 복잡하다


  가지는 그런 물질로

  뭉쳐졌다

  피고 지는 것도 없이

  검은 하늘

  도마 위에 놓여 있다


  당신은 가지를 삼키다가 창밖으로 몸을 던질 수도 있고

  나는 언제든 가지를 식단에서 뺄 수 있다


  삶은 이렇게,

  접시 위에 담겨


  보라색이 사라진 가지를 보면

  가지는 살아 있고 죽은 것 같다

  가지 보다 얼굴이 무겁다


  당신은 먹고 자다 말고 씨발 새끼야, 욕하고

  나는 그 욕 먹고 아무래도 가지를 생각한다


  가지는 하얗고 가지는 노랗다

  그 색은 기쁨에 가깝고


  당신은 내 위에 올라타서 목을 조른다

  사랑의 민낯을 나는 좋아한다


  꿈속에서 

  수루룩

  가지가 부러졌다


  - 시집 <호시절>에서, 2020 -






단순하면서도 복잡한 삶을 살다 보면,

  씨발 새끼야, 씨발 년아, 욕도 퍼붓고

  또 어떤 이는 창밖으로 몸을 내던지기도 한다.

  삶은 접시 위에 담긴 노랗고 하얀 기쁨이면서 슬픔이다.

  오랜 우리의 사랑이 민낯을 드러낼 때,

  내 삶의 가지가 부러지느냐, 마느냐 기로에 서기도 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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