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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하고 싶은 시에 간단한 감상평이나 느낌을 함께 올리는 코너입니다 (작품명/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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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편 이내 올려주시고, 특정인을 홍보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하는 것을 

강물 앞에 선 능연 / 강은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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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grail200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458회 작성일 22-05-07 19:50

본문

강물 앞에 선 능연

심연을 비추는 풍경 셋


누가누가 버렸던고. 눈도 못뜬 저 아기씨들

오막조막 한데 모여 모래탑 쌓고 있네

한 층 쌓아 지붕 만들고

두 층 쌓아 지붕 만드네

세 층 쌓아 지붕 만들면

저승사자 나타나네

저승사자 나타나면 와르르 와르르 발길질

무서워라 무서워 눈도 못 뜬 우리 아기씨

눈물 주르르 주르르

모래 속에 숨으려 하지만

그 눈물 아무도 씻어줄 리 없네

모래들도 일어설 줄 몰라

숨지도 못한 아기씨들 울며 울며

다시 모여드네 조막손 들고 다시 모여드네

한 층 쌓고 두 층 쌓고

한 층 쌓아 지붕 만들고

두 층 쌓아 지붕 만들고

세 층 쌓아 지붕 만들면

어디선가 나타나는 저승사자, 저승사자 발질길 오 발길질

삼층탑 만들려면 아직 아직 멀었네

울고 울다 지쳐라 첫번째 아기씨

울고 울다 지쳐라 두번째 아기씨

울고 울다 지쳐라 세번째 아기씨

첫번째 아기씨 눈물 주르르 주르르

두번째 아기씨 눈물 주르르 주르르

세번째 아기씨 눈물 주르르 주르르

첫번째 아기씨 오물조물 입 벌리네

두번째 아기씨 오물조물 입 벌리네

세번째 아기씨 오물조물 입 벌리네


우리 엄마 우리 엄마 날 버린 우리 엄마

배 갈리고 시뻘겋게 배 갈리고

화공 앞에서 배 갈리고

난 생긴 모양 보여주려고 배 갈리고

탯줄에 매달린 내 모양 보고

화공들 그림 그렸다네

옥구슬 모양의 우리 우리, 우리 모양의 옥구슬 옥구슬

우리는 울었지, 옥구술에 매달려 울었지, 소용없이

울었지

그 눈물이 저 눈물

그 눈물 흔들리는 소리가 저 새벽바람 흔들리는 소리

저 새벽바람에 푸른 옥구슬 흔들리는 소리


첫번째 아기씨 눈물 주르르르 주르르르

두번째 아기씨 눈물 주르르르 주르르르

세번째 아기씨 눈물 주르르르 주르르르


이말 저말 다하자면 이 밤이 새고 일년이 다 못한다.


능연이 모래밭에 선 건 그때, 망한 나라의 왕자 능연이 모래밭에 선 건 그때

춤 잘 추는 능연, 비단신 풀럭풀럭 날리며 모래밭에 선건 그때

이 발에 걸리는 아기씨 눈물 주르르르르르

저 발에 걸리는 아기씨 눈물 주르르르르르


오 능연 능연 능연 우리를 구해주오

혼자만 건너가지 말고 우리 좀 구해주오

저승이는 신라 왕 왕관에 하늘거리는 옥구슬이 되었다네

이승이는 신라 왕비 하얀 목에 걸린 옥목걸이에

앉은 옥구슬이 되었다네

꿈꾼이는 가야국 왕 황금 왕관, 푸른 옥구슬이 되었지


능연 능연 오 춤 잘 추는 능연

모래밭을 걸을 수도 없네

능연이 강을 못 건넌다

능연이 춤을 추며 강을 못 건넌다.

비단신이 풀럭풀럭 비단 바지 풀썩풀썩

능연이 비단 옷고름 주황색 비단 옷고름

그게 자꾸 모래에 걸려

능연이 비단 옷고름 주황색 비단 옷고름

나뭇가지에 걸려 강가 나뭇가지에 걸려 걸려

능연이 비단신 풀럭풀럭

돌부리에 걸려

능연이 비단신은 초록색

자꾸 돌자갈이 잡아당기네

어쩌면 좋아, 어쩌면 좋아, 춤 잘 추는 능연, 자꾸자꾸 넘어지니 어쩌면 좋아

돌자갈도 말이 없고 긴 강물도 말이 없네

말없이 능연 무릎 잡아당겨 잡아당겨

오 능연의 몸매 좋은 능연 총각

저 아기씨들 구하게 저 아기씨들 구해 강물 위로 건너 오게


어디서 들려오는 목소리 하나

아름다운 아름다운 목소리 하나 공처럼 둥글고 둥근 목소리 하나


저승사자 그 목소리에 머뭇머뭇

발길질하다 말고 머뭇머뭇

저승사자 돌아서네 눈 부릅뜨고 돌아서네

이윽고 능연 춤을 춘다 비단신 풀럭거리며 춤을 춘다

모래밭에 넘어지지 않고 춤을 춘다

한 손에 한 아기씨

한 팔에 두 아기씨

허리에는 세 아기씨

등에는 네 아기씨

비단신에는 다섯 아기씨

능연이 춤을 춘다 아기씨들 안고 춤을 춘다

한 손엔 또 한 아기씨

한 팔엔 또 두 아기씨

허리에는 또 세 아기씨

등에는 또 네 아기씨

비단신에는 또 다섯 아기씨


눈도 못 뜬 아기씨들 떠나간다

능연 총각 함께 함께 떠나간다


누가누가 버렸던고, 저 강 앞에 버렸던고 이제 저 강 건너가면 언제 언제 올 것인가.

강물길 천리길을

구름길 만리길을


구름길 만리길을

하늘길 구만리길을

하직도 없이 떠나간다.


아름다운 소리 소리 들려온다, 강 넘어서 들려온다

그 소리 해를 뜨게 하는 소리

그 소리 풀잎 일어서게 하는 소리

그 소리 모래 일어서게 하는 소리

그 소리 모든 꿈 나아가게 하는 소리


세상에 아름다운 그 소리

모든 아기씨들 번쩍 눈뜨는 그 소리

산처럼 높고 강물처럼 긴 그 소리

소리 소리 들려온다


창비2006 강은교[초록 거미의 사랑]

감상평 : 과거의 시인을 닮은 시조 같기도 한 낡은 시를 쓴다

[소리집], [벽 속의 편지], [어느 별에서의 하루], [초록 거미의 사랑]이라는 시집을 모두 읽었다

그녀가 이룩한 시집에는 짧은 시가 많아서 시간에 쫓기듯 지은 것이 아닌가 생각이 든다

위의 시가 대표작은 아니지만 긴 시일수록 시인의 잠재능력을 평가하기에 더 좋은 것은 없다

반복적으로 아기씨와 옥구슬과 소리가 나오는 위의 시는 아쉬운 점이 많다

자신만의 시작법을 완하여 시론을 구축하고 문예사조를 만들지 못한 아쉬움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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