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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하고 싶은 시에 간단한 감상평이나 느낌을 함께 올리는 코너입니다 (작품명/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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잿더미 / 김남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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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grail200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033회 작성일 22-05-17 21:16

본문

꽃이다 피다

피다 꽃이다

꽃이 보이지 않는다

피가 보이지 않는다

꽃은 어디에 있는가

피는 어디에 있는가

꽃 속에 피가 잠자는가

핏속에 꽃이 잠자는가


꽃이다 영혼이다

피다 육신이다

영혼이 보이지 않는다

육신이 보이지 않는다

꽃의 영혼은 어디에 있는가

피의 육신은 어디에 있는가

꽃 속에 육신이 흐르는가

영혼이 꽃을 키우는가

육신이 피를 흘리는가

꽃이여 영혼이여

피여 육신이여


그대가 타오르는 불길에

영혼을 던져보았는가

그대는 바다의 심연에

육신을 던져보았는가

죽음의 불길 속에서

영혼은 어떻게 꽃을 태우는가

파도의 심연에서

육신은 어떻게 피를 흘리는가


꽃이다 피다

육신이다 영혼이다

그대는 영혼의 왕국에서

육신을 어떻게 다루었는가

그대는 피의 꽃밭에서

영혼을 어떻게 다루었는가

파도의 침묵 불의 노래

영혼과 육신은 어떻게 만나

꽃과 함께 피와 함께 합창하던가

숯덩이처럼 검게 타버리고

잿더미와 함께 사라지던가


그대는

새벽을 출발하여

폐허를 가로질러

황혼을 만나보았는가

황혼의 언덕에서 그대는

무엇을 보았는가

난파선의 침몰을 보았는가

승천하는 불기둥을 보았는가

가침몰과 불기둥은 무엇을 닮고 있던가

꽃을 닮고 있던가

피를 닮고 있던가

죽음을 닮고 있던가

그대는

황혼의 언덕을 내려오다

폐허가 가로질러 또 하나의

새벽을 기다려보았는가 그때

동천에서 태양이 타오르자

사천으로 사라지는 달을 보았는가

죽어버린 별

죽으러 가는 별

죽음을 기다리는 별

그대는 달과 별의 부활을 위해

새벽의 언덕에서 기도를 드려보았는가


그대는 겨울을 겨울답게 살아보았는가

그대는 봄다운

봄을 맞이하여 보았는가

겨울은 어떻게 피를 흘리고

동토를 녹이던가

봄은 어떻게 폐허에서

꽃을 키우던가 겨울과

봄의 중턱에서

보리는 무엇을 위해 이마를 맞대고

눈 속에서 속삭이던가

보리는 왜 밟아줘야 더

팔팔하게 솟아나던가

잡초는 어떻게 뿌리를 박고

박토에서 군거하던가

찔레꽃은 어떻게 바위를 뚫고

가시처럼 번식하던가

곰팡이는 왜 암실에서 생명을 키우며 누룩처럼 몰래몰래 번성하던가

죽순은 땅속에서 무엇을 준비하던가

뱀과 함께 하늘을 찌르려고

죽창을 깎고 있던가


아는가 그대는

봄을 잉태한 겨울밤의

진통이 얼마나 끈질긴가를

그대는 아는가

육신이 어떻게 꽃을 키우고

육신과 영혼이 어떻게 만나

꽃과 함께 피와 함께 합창하는가를


꽃이여 피여

피여 꽃이여

꽃 속에 피가 흐른다

핏속에 꽃이 보인다

꽃 속에 육신이 보인다

핏속에 영혼이 흐른다

꽃이다 피다

피다 꽃이다

그것이다!


창비1989 김남주[사랑의 무기]

감상평 : [사랑의 무기], [사상의 거처], [나와 함께 모든 노래가 사라진다면]을 읽었다

그는 정치범인지 사상범인지 시인인지 분간이 가지 않는 시를 짓는다

그의 시 중에서 위의 시는 김남주 시인의 근원이 불 같이 억세게 타오르는 성질을 담고 있다

그는 농민을 위해서 노래하기도 했고 감옥에 갇혀서 주고 받은 대화를 읊기도 했다

배울점이 있다면 죽기 전까지 자신의 옳곧은 초심을 잃지 않고 시를 대하는 마음자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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