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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하고 싶은 시에 간단한 감상평이나 느낌을 함께 올리는 코너입니다 (작품명/시인)

가급적 문예지에 발표된 등단작가의 위주로 올려주시기 바랍니다(자작시는 삼가바람) 

12편 이내 올려주시고, 특정인을 홍보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하는 것을 

백조일손 / 김수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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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grail200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435회 작성일 22-05-24 00:21

본문

무자 기축년 사태가 나난

사상이 무거운 사름덜은

일가방상까지 몬딱 죽여불고

죄가 가벼운 사름덜

몰명헌 사름덜은 풀어주었주

경허단 그다음 해 육이오전쟁이 나난

예비검속헌다 허명

산허고 단 한 번이라도 내통헌 사름

내통했다 귀순헌 사름

전향허믄 살려준다 허난

그 말 믿엉 자수헌 사름

4.3시절에 집 나간

연락 끊긴 사름네 처가속덜

다시 싸그리 잡아들연

그때 고구마 창고에 가두어놨단

첨, 그날은 잊어불 수가 없주


음력 칠월칠석날 새벽이라

경찰이 완 호명을 허는디

대강 백이삼십 명은 되어실 거라

그 사름덜을 트럭 짐칸에 태완

저 송악산더레 가는디

상모리 신사동산 넘어사난

그제야

아, 저놈들이 우릴 죽이젠 햄구나

이 일을 어떵허코

이대로 죽으민 개죽음인디

영 억울허게 죽느니

우리 가는 딜 동네에 알리자 허멍

신은 신발을 트럭 밖으로 한 짝씩 벗어던졍

쭉허게 늘어지게 허였주


경허연 저 송악산 섯알오름

몇 해 전에 미국놈덜 군사기지 허젠 허단

동네사름덜 왓샤왓샤 일어사부난

취소시켜분 지경인디

일본놈덜 탄약고로 써난 자리라

해방 후엔 미국놈덜이 폭파해부난

옴막허게 옴팡진 구덩이가 이서났주

잡아온 사름덜을 그디 몬딱 쓸어담안

그자 정신없이 와다다 와다다 갈겨부난

아이고 아이고 세상에

그놈의 총소린 오죽 커실 거라

송악산 쪽으로 송오리가 났져 허난

동네사름덜 이건 무신 일인고 허연

허우적 허우적 가단 보난

신발착이 섯알오름까지 쭉 늘어져 이신 거라

섯알오름 구덩이엔 총 맞앙 쓰러진 주검들이

벌겅헌 피 닥닥닥 흘리멍

이래착 저래착 갈라젼 몬딱 죽언 있고


일가방상덜은 시신이라도 찾아가젠 허는디

그 악독헌 놈덜 총 들렁 보초 사멍

가까이 오면 빨갱이다

돌아가지 안 허민 갈겨분다, 허난

어떵 해볼 도리가 이서?

자락 겁이 난

아이고 잘못했수다

한 번만 살려줍서

애간장 바삭바삭 타멍도

그 시신을 찾아올 수가 어섰주


음력 칠월이난 날은 오죽 더워실 거라?

백이 넘은 시신이 멜젖 썩듯 문작허게 썩언

구덩이는 뻘밭이 되어불고

구데기영 버랭이가 오름 하나 가득했주

시체 썩는 냄새로

동네에 사름이 못 다닐 정도였으니

오죽해시믄 개들이 미쳥

동네방네 헤갈라 댕기멍

보이는 대로 물어뜯고 홈파먹고...

어린 아이고 어른이고 헐 거 어시

바깥출입도 제대로 못허멍 몇 년을 살았주


그 후에 시신을 가져가도 좋다 허연

그디 강 보난

아이고 말도 마라

살가죽은 아예 흔적도 없고

그자 앙상한 꽝에 구데기에 버랭이에 쉬파리만 왕상

어느 꽝이 누게 꽝신디 알 수가 이서?

유가족덜끼리 의논을 허연

칠성판에 창호지 깔고

잃어분 고무신 짝 채우듯

머리통 하나에 꽝 두어 개씩 갈란

저 사계리 공동묘지 옆에

물애기 산 쓰듯 일렬로 묻고는

죽은 조상은 백이 넘는디

자손덜은 하나가 되라 허는 뜻을 담안

'백조일손지지'라고 쓴 비석을 세왔주


경헌디 세상에 이런 일이 이시카

오일육이 나난 군인덜이 왕

그 비석을 박살내었다 허여

빨갱이 죽은 디 뭔 놈의 비석이냐 허멍

하도 기가 막혀 눈물도 안 나오데

그 후로 비석이랑 마랑 벌초도 제대로 못허였주

얼굴 들렁 볼 면목이 어서

어디 그뿐인 줄 알암서?

그디 조상을 묻은 사름덜은

무덤에 강술도 한 잔 못 올려서

빨갱이로 몰령 손가락질 당허카부덴 겁난


이제 왕 생각해보믄

나라가 둘로 갈라져부난 영허는 거라

서른여섯 해 동안 왜놈들신디 경 당해신디

아, 양놈들이 뭔디 이 땅에 들어왕

설치냐 말이여 설치긴

그런 놈들 싸악 앗아불고

뒈싸지건 갈라지건 하나가 되어사 허는 거 아니라?


걷는사람 2018 김수열[꽃 진 자리]

감상평 :  [물에서 온 편지]와 [꽃 진 자리]를 읽었다

위의 시는 모진 고난을 사투리로 억누르고 있다

빨갱이, 왜놈, 양놈이 나오고 우리의 과거를 회상하게 만든다

나는 출생 전이라 무슨 사악한 무리들의 습격이 있었는지 잘 모른다

TV에서 역사스페셜 같이 나오는 전쟁에 대한 참담한 현실을 보았을 뿐

잘 배웠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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