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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을 나눠 먹는 순두부 =천수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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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417회 작성일 23-02-28 20:57

본문

병을 나눠 먹는 순두부

=천수호

 

 

함께 순두부를 먹는 날이었다

순한 것이 우리를 수그리게 했고

뜨거운 것이 우리를 망설이게 했다

식당에는 순두부와 아무 관계가 없는

청국장 냄새가 진동을 하고

냄새까지 순해진 뚝배기를 앞에 놓고

둘은 숟가락을 넣었다 뺐다 했다

폐질환을 나눌까요 간질환을 나눌까요

가능한 많은 병을 나누고 싶어요

그렇게 다정해도 우리는 한 가정을 이루지 못했고

병명도 주고받지 못했다

주소는 달랐지만 통증을 나누기엔 적절한 사이

몇 개의 병을 예약하고

우리는 좀더 정중히 순두부를 퍼먹었다

뚝배기가 받는 절은

어떤 기원처럼 병을 잘 스미게 했다

 

*천수호 시집, 수건은 젖고 댄서는 마른다(문학동네, 2020)

 

   얼띤感想文

    참 기발한 먹거리를 내놓았다. 나는 지금 순두부를 먹는 셈이다. 여기서 순두부는 순두부가 아니다. 뚝배기 같은 내부를 말끔히 깔끔히 세탁하는 작용과 반작용의 통돌이 같은 머릿속이다. 수그린다는 동사가 낯선 거 같아도 절대 낯설지 않은 어떤 토속적인 향으로 닿는다. 저기 길림성에서도 쓰는 단어, 수구리다는 것은 방언이지만 말이다. 한때는 우리의 영토였다. 고조선, 고구려, 고려와 발해와 조선에 이르기까지 일제 강점기에 빼앗긴 땅이지만 말이다. 만약 통일된다면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다. 폐질환, 간질환 물론 병명을 놓은 것이지만 시로서 읽는다. 닿는 숨과 그 간격으로 말이다. 疾患 분명 환자긴 환자다. 시 좋아하는 자는 예 미쳐 있으니까! 여기는 유행적인 것도 있을 것이고 어떤 유전적인 것도 있을 것이다. 언어의 진화론적으로 보면 말이다. 결국은 한 솥에 안치지는 못하나 누구나 떠먹을 수 있는 밥을 생산한 것이며 동인만 특별히 누리는 세계에 나무 하나를 더 심는 격 그러므로 가능한 많은 병을 나누게 된 일이 되었다. 주소는 분명 다르지만, 너와 나 그리고 우리는 그러한 통증을 잠시나마 즐기기까지 했으니 뚝배기 같은 순두부 오지게 깨며 나의 병을 다스려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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