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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이란 단어로 시작하는 =차성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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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486회 작성일 23-05-18 21:30

본문

첫이란 단어로 시작하는

=차성환

 

 

    첫 문장이 시작할 때 이미 무언가 실패할 것을 강하게 직감하고 쓰기를 중단하려 하지만 어차피 실패할 것이라면 그냥 쓰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 여겨지고 그동안 무수하게 중단되고 버려진 글들에 대한 묵념 같은 글이 되어도 좋겠다는 생각에 유령과 같은 글자들이 불려 나와 형체도 없고 결말을 알 수 없는 글자들이 일렬횡대로 늘어서 어디론가 향해 가고 이제는 오직 무언가 실패할 것이란 느낌만 남아 스스로 움직이는 글자들은 관성에 의해 멈추지도 못하고 쫓기는 건지 쫓는 건지 알 수도 없는 실패는 손끝을 떠나 끝이 없는 첫이 되고 이미 달아난 실패를 쫓아 끝없이 달려나갈 때 실패의 실은 계속 풀려나와 비로소 이 글은 달아나는 실패를 통해 실패를 완성한다

 

 

   鵲巢感想文

    역시 시는 말놀이다. 실패失敗와 실패(絲牌), 인생은 실패의 연속이다. 성공보다 실패가 더 많은 과정을 겪다 보면 그 실패를 줄이려고 고민을 한다. 오늘도 나의 선택에 실패했다고 낙담하지는 말자. 그간 이룬 과정을 보자. 실패가 얼마나 많았던가! 돌이켜보면 당시, 실패할 거라고 일을 벌인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지금 생각하면, 아찔하고 어리석고 얼마나 무모한 일이었는지 깨닫는다. 그 깨달음이 조금 더 완벽한 나의 모형에 이르게 하니까, 그 실패는 내 손으로 다룬 것이기에 그만한 가치가 있었다고 위안한다. 크게 실패하면 크게 이룬다. 만불실일萬不失一 실수 하나도 없는 것보다는 부실본색不失本色 자신만의 색깔을 잃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농부실시農不失時 농부가 때를 놓치면 한 해가 근심으로 쌓이게 마련이다. 시간은 가버리고 나면 되돌릴 수 없으니 제때 이루어야 할 것은 반드시 지켜야겠다. 대실소망大失所望 바라던 것이 허사가 되어 크게 실망하더라도 불실기본不失基本 본분을 잊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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