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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칼코마니 새장 =최금진

페이지 정보

작성자 profile_image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409회 작성일 24-07-09 06:38

본문

데칼코마니

새장

=최금진

 

 

나는 거울을 내려놓는다

당신은 털 빠진 목을 내밀어 새장 밖을 내다본다

손을 넣어 당신의 긴 머리카락을 빗겨준다

깃털이 졸음처럼 쏟아져내린다

잠에서 깬 당신은 잠에서 깬 자신을 볼 것이다

지워진 화장을 고치며

저렇게 우울한 새는 오래 살지 못할 거라고 중얼거리며

거울을 볼 것이다, 만져지지 않는 뒷모습

당신의 따끈한 해골을 꺼내고 깨진 알껍데기를 넣어준다

당신은 둥근 알껍데기를 뒤집어쓰고 웃는다

거울이 당신을 찬찬히 훑어본다

상하좌우의 딱딱한 표정

우두커니 콩알을 쪼아대는 한쌍의 허무가

다 늦은 저녁을 물고 거울 속으로 날아간다

나는 텅 빈 새장을 들고 시장에 가서 당신을 팔 것이다

당신은 이 빠진 빗을 들고 희고 긴 머리카락을 빗는다

 

 

    창비시선 377 최금진 시집 사랑도 없이 개미귀신 26p

 

 

   얼띤感想文

    데칼코마니는 거울을 보고 서 있듯 대칭적으로 보이는 자아를 말한다. 마치 물감으로 어느 쪽이든 먼저 찍어놓고 반 접을 시 그대로 찍어나오는 다른 한쪽을 보는 것과 같다. 굳이 단어로 표기하자면, 토마토, 기러기, 락앤락 같은 것이 대표적인데 시인께서 써놓은 시제 데칼코마니는 시 문장 전체가 시적 묘사로 이루었다. 이 시를 읽을 때 주의할 점은 한마디로 말해서 데칼코마니라는 걸 말뚝처럼 꽂아두고 읽어야 한다는 것이다. 나는 거울을 내려놓는다, 나를 그려보는 작업, 거울을 내려놓는 일은 곧 시 쓰는 행위 시 서두다. 당신은 털 빠진 목을 내밀어 새장 밖을 내다본다. 그러니까 속을 다 내보이는 행위, 시 쓰기는 새장처럼 글을 가두는 것과 같고 가두어 놓은 새()는 그 새장 밖을 내다보게 되는 것이다. 손을 넣어 당신의 긴 머리카락을 빗겨준다. 머리카락은 검정을 상징한다. 형태가 가늘고 까만 것에 글과 유사성을 지녔다. 손을 넣었다는 것에 시인의 탁월한 글 맵시를 본다. 깃털이 졸음처럼 쏟아져 내린다. 깃털 또한 검정의 상징, 부제로 새장을 생각한다면 그 분신은 깃털, 다 뽑아놓은 상태다. 그러므로 잠에서 깬 당신은 잠에서 깬 자신을 본다. 지워진 화장을 고치며, 저렇게 우울한 새는 오래 살지 못할 거라고 중얼거리며, 시 인식은 죽음과 같으므로 읽으면 덮어 아니 덮였다가 긴 어둠으로 잠길 것이다. 거울을 볼 것이다, 만져지지 않는 뒷모습 한쪽에서 다른 쪽을 보아도 거울이며 다른 쪽에서 바른쪽을 보아도 거울이다. 만져지지 않는 뒷모습처럼, 다음 문장은 이 시에서 가장 압권이다. 당신의 따끈한 해골을 꺼내고 깨진 알껍데기를 넣어준다. 시 측 대변이다. 당신의 아이디어를 끄집어 내놓은 것이 시며 시는 곧 깨진 알껍데기나 마찬가지다. 데칼코마니다. 알껍데기 안에 해골이 있다는 점에서 해골을 먼저 나열하였다. 그러므로 알과 해골은 그 성질이 같다. 당신은 둥근 알껍데기를 뒤집어쓰고 웃는다. 둥근 알껍데기, 성서나 진리처럼 다 써놓은 시다. 물방울이며 이슬이며 구체다. 거울이 당신을 찬찬히 훑어본다. 상하좌우의 딱딱한 표정 위아래 좌우, 좌는 왼쪽이며 별자리 혹은 죽음을 상징한다. 우는 오른쪽 근심, , , 삶을 대변한다. 데칼코마니와 새장을 생각한다면 그리고 우리가 사는 세계관을 덧붙인다면 딱딱함은 절로 묻어나겠다. 우두커니 콩알을 쪼아대는 한 쌍의 허무다. 우두커니라는 말도 재밌지만, 콩알도 우습긴 마찬가지다. 콩 두(머리 두)에서 오는 오감과 알이 겹치자 새장이므로 새 모이에 적절한 비유였다. 다 늦은 저녁을 물고 거울 속으로 날아간다. 죽음을 물고 새 날아간다. 나는 텅 빈 새장을 들고 시장에 가서 당신을 팔 것이다. 이 표현도 압권이다. 알은 훌 빼놓았으니까 알은 들고 있고 그 알 속 뺀 새장(시집)을 들고 시장에 내다 판 시인을 본다. 당신은 이 빠진 빗을 들고 희고 긴 머리카락을 빗는다. 여기서 당신은 시 객체다. 순간 이 빠진 빗 무언가 알짜배기 없는 도구를 들고 내 긴 머리카락을 빗는 것 같다. 여기서도 희고 긴 머리카락이라 했다. 희다는 것은 죽음에 가까이 이른 색상으로 이보다 더 좋은 색상은 없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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