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란 =오병량 > 내가 읽은 시

본문 바로가기
사이트 내 전체검색
시마을 Youtube Channel

내가 읽은 시

  • HOME
  • 문학가 산책
  • 내가 읽은 시

    (운영자 : 네오)

 

소개하고 싶은 시에 간단한 감상평이나 느낌을 함께 올리는 코너입니다 (작품명/시인)

가급적 문예지에 발표된 등단작가의 위주로 올려주시기 바랍니다(자작시는 삼가바람) 

12편 이내 올려주시고, 특정인을 홍보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하는 것을 

미란 =오병량

페이지 정보

작성자 profile_image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499회 작성일 24-07-15 19:56

본문

미란

=오병량

 

 

우물을 매단 그물이구나, 거미의 입으로 짓는 것은

고인 침을 삼키며 독을 내리는 밤

그네를 밀 때마다 떠가는 애인의 둥근 엉덩이가 있다

협곡이라면 뛰어 건너고 싶고 끝끝내 빠져 죽을 절벽

그 사이를 말하자면 달빛을 걷는 애인은 멀리

더 멀리라고 외치는 장난만 같다

두 손만 쉬이 물들이는 웅덩이 둘

깊게 파인 나라로 애인은 잠시 떠나고 자꾸만 돌아온다

앞섶에 피워내는 젖내 기대면 달아나는 저 짙은 숨에 안겨

토끼의 귀는 길고 속이 붉은가

헛것을 밝히는 별 아래 계수나무 잎사귀 하나, 하늘

하늘 치마폭에 내려앉아 애인의 지친 무릎을 적시고 있다

서늘한 손가락 끝에 꼭꼭 숨은 아이들만 보인다는

머리칼을 몸소 늘어뜨린 애인의 뒤통수가 유난히 검고

높이 솟은 얼굴만이 달빛으로 밝다

커다란 분화구에 빠져 허우적대면서도 결국

믿다가 버려두는 의심에게

관성(慣性), 그 포기를 밀쳐내는 힘

 

입술을 맞댄 순간조차 내내 그리울 얼굴이었다

 

 

   문학동네시인선 212 오병량 시집 고백은 어째서 편지의 형식입니까?

 

 

   얼띤感想文

    이 시를 읽으며 한마디로 ”. 책은 진절머리가 나지만, 가끔 좋은 시를 읽으면 아! 다시 또 내봐, 하며 이런 생각이 든다. 시제 미란은 특별한 의미를 부가하지 않아도 시 읽는 데는 아무런 지장이 없다. 그냥 심심하여 네이버 국어사전을 열어보니 썩거나 헐어서 문드러진 것을 미란(糜爛,靡爛)이라 한다. 우물을 매단 그물에서 우물과 그물은 서로 대립한다. 그러니까 시 주체와 시 객체다. 거미의 입과 독을 내리는 밤은 고인 침하고는 상반되며 둥근 엉덩이가 한쪽이면 그네를 미는 주체는 시다. 협곡과 절벽은 시 객체를 묘사하며 그만큼 평탄치 않다는 단증이다. 단어 선택에 참 탁월하다는 생각을 가졌다. 협곡과 절벽은 보편적으로 보면 여자를 상징하기도 해서, 그 사이를 말하자면 달빛을 걷는 애인은 멀리 더 멀리라고 외치는 장난만 같다. 달빛은 시적 주체며 글과 마치 사랑을 나누듯 약간의 장난기 어린 이미지가 떠오르고 두 손만 쉬이 물들이는 웅덩이 둘. 웃음이 일었다. 하기야 이쪽도 저쪽도 웅덩이기는 마찬가지. 마음의 웅덩이니까. 깊게 파인 나라로 애인은 잠시 떠나고 자꾸만 돌아온다. 호호! 깊게 파인 나라 마치 칼처럼 밀크바 먹는 재미, 거기에다가 뺑뺑 아까 담갔던 손은 다시 돌아온다. 앞섶에 피워내는 젖내 기대면 달아나는 저 짙은 숨에 안겨, 갑과 을이다. 어찌해서든 키워보겠다고 살려야 한다며 토끼의 귀는 길고 속이 붉은가, 홍대다. 후다닥 같은 성질머리를 생각하면 토끼라는 시어는 참 재밌다. 무슨 뜻인지 몰라 깊숙이 박는 저 귀를 보면 사정은 지루하겠다. 헛것을 밝히는 별 아래 계수나무 잎사귀 하나, 별과 계수나무 잎사귀는 대치다. 아까 달빛과 토끼 같은 시어가 있었으니까 별과 계수나무라는 시어는 당연지사다. 하늘 치마폭에 내려앉아 애인의 지친 무릎을 적시고 있다. 무릎은 관절 부위다. 뼈와 뼈를 연결한다. 뼈가 고딕이며 시의 고체성을 대변한다고 하면 무릎은 그 일의 과정에 있어 어떤 중추적인 역할을 한다. 서늘한 손가락 끝과 숨은 아이는 상호 대립하고 머리칼과 뒤통수는 검정을 상징한다. 높이 솟은 얼굴만이 달빛으로 밝다 시적 의인화, 커다란 분화구에 빠져 허우적대면서도 결국 믿다가 버려두는 의심에 관성, 그 포기를 밀쳐내는 힘 입술을 맞댄 순간조차 내내 그리울 얼굴이었다. 그럴 것 같다. 내내 깜깜하게 있다가 모처럼 만난 털복숭아처럼 맛있게 먹는 저녁은 언제나 그립게 마련이다.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Total 5,053건 1 페이지
내가 읽은 시 목록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날짜
공지 조경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3932 07-07
5052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0 05-13
5051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2 05-13
5050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3 05-13
5049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5 05-12
5048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0 05-12
5047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5 05-12
5046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9 05-12
5045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1 05-11
5044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7 05-11
5043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8 05-10
5042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3 05-10
5041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0 05-10
5040 김부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0 05-10
5039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5 05-09
5038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3 05-09
5037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9 05-09
5036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2 05-09
5035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5 05-08
5034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9 05-08
5033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1 05-08
5032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6 05-07
5031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2 05-07
5030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4 05-07
5029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3 05-06
5028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6 05-06
5027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7 05-06
5026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9 05-05
5025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4 05-05
5024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0 05-05
5023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6 05-04
5022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7 05-04
5021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0 05-04
5020 김부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1 05-04
5019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2 05-03
5018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7 05-03
5017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8 05-03
5016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6 05-03
5015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5 05-03
5014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2 05-02
5013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1 05-01
5012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0 05-01
5011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2 05-01
5010 김부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7 04-26
5009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1 04-26
5008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3 04-26
5007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15 04-23
5006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3 04-23
5005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3 04-22
5004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15 04-21
게시물 검색

 


  • 시와 그리움이 있는 마을
  • (07328) 서울시 영등포구 여의나루로 60 여의도우체국 사서함 645호
  • 관리자이메일 feelpoem@gmail.com
Copyright by FEELPOEM 2001. All Rights Reserved.